[뒷북비즈] ‘3나노 대격돌’ 앞둔 삼성전자, 압도적 신기술로 자신감 드러내

반도체 업계 기술적 한계, EUV로 뛰어넘는다
“EUV 적용 5나노 이하 D램, 직접도 300%↑”
“파운드리 수요 급증, 대응 위해 GAA고도화”
파운드리 신공장 위치 언급 없이 “조만간 발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사진 제공=삼성전자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 전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삼성전자(005930)가 투자자들 앞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첨단 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반도체 업계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달성하지 못했던 ‘무어의 법칙’을 충족할 핵심기술로 극자외선(EUV) 기술을 꼽으며, 누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EUV 기술을 고도화하는 기업이 될 것이란 약속을 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 인베스터스 포럼’을 통해 실적을 떠 받히고 있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바일, 통신장비 기술에 대한 전략을 투자자들에 설명했다. 올해 포럼의 방점은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한 압도적 기술력에 있었으며, 각 사업 분야별로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핵심 기술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자랑하는 D램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도입, 활용하고 있는 EUV 기술력을 강조했다. d램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키’라는 점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부터 EUV를 적용한 14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D램을 양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발표자로 나선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EUV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D램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5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EUV는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나노 이하 D램은 비트 그로스가 14나노 D램보다 30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 부사장이 인베스터스 포럼에서 첨단기술전략을 설명하고 있다./홈페이지갈무리


각종 정보를 빠르게 기억하고 중앙처리장치로 전달하는 D램 안에는 수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있다. 같은 칩 면적에 트랜지스터 개수가 더 많아질수록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4나노(㎚·10억분의 1m) D램의 5개 층에 EUV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EUV 기술로 5나노 이하 D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 EUV가 적용되지 않은 14나노 D램보다 무려 300% 높은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지금과 동일한은 칩 면적에 트랜지스터 개수를 300% 이상 조밀하게 배치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타자로 발표에 나선 한승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무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대한 전망을 시작으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에 대해 중점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관계자들이 주목했던 미국 신공장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다. 우선 한 전무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파운드리 사업 역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한 전무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용 파운드리 시장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3%, HPC용 파운드리 시장은 CAGR 17%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빠르게 커지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사인 TSMC와 대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GAA 기술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핀펫 기술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지만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에 TSMC는 GAA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전력 효율이나 성능, 설계 유연성 등을 고려해 3나노미터부터 GAA를 도입,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전무는 삼성전자가 준비하고 있는 멀티브릿지채널(MBC)핀펫 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전력소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으며 설계 특성상 칩의 면적도 기존보다 감소된다”며 “AI나 스마트시티, 그린 데이터센터 등이 주요 수요처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BC핀펫구조/사진 제공=삼성전자


아울러 한 전무는 미국에 지어질 파운드리 신공장을 두고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며 “공장이 지어지면 2017년 대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역량은 2026년 기준 3.2배 증가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제2공장은 강력한 세제혜택을 제안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지만, 복수의 후보지를 두고 최종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 전무는 이날 발표에서 ‘새로운 공장(new fab)’의 위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대신 그는 “미국에서 칩을 생산하는 것을 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 공장은 하나의 서버로 연결돼 끊김 없는 공장운영을 자신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발표 이후에 이어진 비공개 질의응답에서 미국 신규 공장 증설의 정확한 시기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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