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KTB금융그룹 회장이 국내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시장이 100조 원 이상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해외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리츠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 1호 리츠 관리 회사를 설립하며 부동산 금융 시장을 개척해왔다.
이 회장은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국내 리츠의 출범 시기는 일본·싱가포르와 비슷했는데 발전 속도는 다소 늦었다”며 “자산을 토대로 유동화된 주식을 모집해 상당히 안정적인 금융 상품인 만큼 앞으로 상품군이 더 다양해지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70조 원 규모인 국내 리츠 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하면서 조만간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그간 리츠 투자는 국내 부동산에 쏠렸는데 앞으로는 해외 부동산을 주축으로 한 상품이 나올 것이고 미국·일본·싱가포르의 리츠와 혼합한 파생상품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츠 사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KTB자산운용이 해외 부동산 등을 바탕으로 리츠 상품을 다양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공기업 위주로 운영되던 부동산 신탁 시장에 국내 1호 민간 부동산 신탁회사인 다올신탁을 설립했으며 2006년에는 첫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다올자산운용(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설립해 국내 1호 부동산 펀드를 출시했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서울 부동산포럼이 창립 19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세미나에서 ‘2021 부동산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 회장은 수상 소감과 관련해 기자에게 “대부분 금융에서 출발해 부동산으로 넘어오는데, 부동산에서 출발해 금융 시장을 개척한 것은 제가 유일할 것”이라며 “경쟁이 적은 시장을 찾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사업을 바탕으로 금융으로 진출해 2016년 KTB투자증권(030210)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올해 3월 KTB금융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을 정비하며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해외 대체 투자의 거점이 된 뉴욕 현지 법인을 키우며 KTB자산운용이 미국 주요 도시의 ‘멀티 패밀리(임대주택)’ 대출형 상품에 투자하는 5,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올해 KTB금융 그룹의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간 데 대해 “증시 등 시장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회장은 순이익 기준 국내 1위의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가 다음 달 16일 증시 입성 후 공모 자금 등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동남아 등에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저축은행 인수도 금융 당국의 인가만 남겨놓은 상황이어서 소매 금융으로 영토 확장도 내년에 본격화한다. 실제 저축은행은 수신 업무가 가능해 현재 증권 중심의 KTB 사업 구조에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내년에는 안정성을 다지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