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美의 아킬레스건…'희토류 만리장성' 쌓는 중국

<상> 제2의 자원전쟁
김 연 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전기차·재생에너지 등의 핵심 원료
채굴 힘들고 대체재 찾기 어려워
4차산업 시대의 비타민으로 불려
전세계 희토류 97% 생산하는 中
3조 달러 묻힌 아프간에 러브콜 등
해외 생산 물량까지 싹쓸이 나서
 
美 사용량 대부분 中 수입에 의존
자칫하다간 신냉전서 수세 몰릴라
공급 루트 재편 위해 발벗고 나서



최근 탈석유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 간 희토류, 희소금속(rare metal)과 같은 전략 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세기의 냉전과 미국·러시아 간의 대립은 전통 제조업과 그 원료인 석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과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드론, 인공지능, 첨단 무기를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핵심 원료인 희토류와 희소금속 등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희토류와 희소금속은 아주 소량으로 첨단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보통의 철과 금속에 소량의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추가로 합금해 고효율의 기능을 얻는 만큼 희토류는 ‘산업의 조미료’ ‘향료 금속’ ‘첨단산업의 비타민’ 등으로 불린다. 원재료 형태로 다량의 채굴이 어렵다. 대체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희소금속에 대한 수요는 컴퓨터와 전자통신 기술 등이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지난 197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자통신 기술에서 전기 전자의 흐름을 배가하는 초전도체·반도체적인 특징을 갖게 해주는 희소금속들이 없어서는 안 될 원료로 부상한 것이다.



전략물자와 20세기 강대국 경쟁



냉전 기간 미국과 러시아가 석유·가스 경쟁만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20세기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19세기에 일어났던 자원전쟁을 벌였다. 세계 금속과 광물 산업은 오랫동안 미국·호주·캐나다 등 3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지배를 해왔다. 1950~1960년대만 해도 미국의 광산 개발과 주요 금속 채굴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1970~1980년대부터 미국의 국내 광산 개발은 하향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미국이 광물과 금속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경 규제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신규 광산 개발에 대한 정부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길어졌으며 기존 광산 활동을 하던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따른 소송으로 사업이 점점 힘들어졌다. 이렇게 미국의 금속과 광물 생산은 1990년대를 정점으로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구소련은 자원을 통제해 서방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일본은 중앙아프리카의 구리와 콜탄(탄탈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롬, 코발트, 백금족 광물, 망간 등 안정적 공급에 매우 취약해졌다. 미국은 반격을 위해 로디지아(현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백인 소수자 정권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1971년부터 1976년까지 미국 정부의 버드 수정안(Byrd Amendment),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지원 등은 모두 전략적 광물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려는 전략이었다. 미국은 1977년 자이르(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세세 세코 독재 정권을 대신해 구리와 코발트 광산이 위치한 자이르의 샤바(카탕가)주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으로 보호했다. 친소련 앙골라와 쿠바가 지원하는 반군 세력이 지속적으로 자이르 정부의 구리 및 코발트 광산을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미중 세력경쟁과 희토류



글로벌 희토류 수요 공급과 무역 구도에서 1965~1983년은 마운틴패스 시기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은 미국·브라질·인도·호주·남아프리카가 주도했다. 미국은 당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접경의 세계 최대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에서 전 세계 희토류의 60%를 생산했다. 미국은 희토류 원재료 광석 채굴부터 원재료의 분리와 가공, 산화물 제조, 금속 제조, 그리고 다양한 제품화로 이어지는 일괄 공급망을 가동했다.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1950년대부터 생산을 하고 있었는데 1960년대 컬러 텔레비전, 레이저, 형광 램프 등의 등장으로 활황기를 맞게 됐다. 마운틴패스 광산에 다량으로 묻혀 있는 ‘유로퓸’이라고 하는 희토류가 밝은 빛을 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등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과 에너지 전환의 물결이 시작됐다. 2000년대는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 전기차 기술 개발이 진행됐고 글로벌 기후변화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면서 각국은 앞다퉈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도입을 서둘렀다. 1990~2010년 중국에는 희토류와 주요 희소금속 탐사와 개발, 대규모 정제 및 생산 시설이 급속히 증가했다. 1984~2010년은 중국의 희토류 독점 생산 시기이다. 2010년이 되면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97%를 생산해냈다. 희토류와 희소금속 원료뿐 아니라 중간 가공과 소재 부품화 산업 생태계가 급속도로 구축됐다. 전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희토류와 희소금속 원료 생산과 소재 부품화 산업 생태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은 1980년대 이후 희소금속 생산과 소재 부품화 기술이 지속적으로 미국·유럽·일본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결과이다. 단순히 당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 내 저렴한 희토류를 사용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GM·BMW 등이 모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던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러스트벨트에서 중국으로 이전된 경제적 가치가 약 4조 달러에 달한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이다.


2010년 이후 중국은 본격적으로 전기차·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첨단 제조업과 인공위성·반도체 등 디지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전략 산업들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한 정책은 희토류와 수많은 희소금속 확보였다. 중국은 국내 생산 금속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호주·중남미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금속들까지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제는 해외에서 생산된 희토류를 수입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중국 안에서 생산된 희토류는 우선적으로 중국의 제조업에 사용하고 남는 것은 비축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과 우호 관계 구축에 나서면서 희토류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미국의 CNBC 방송 보도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은 희토류 자원 보유 가치만 1조~3조 달러로 추정된다. 미중 세력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미국과 결별하고 신냉전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 것은 이와 같이 21세기 미래 산업의 원재료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정면으로 와해시킬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1년에 희토류와 희소금속 비축제도를 공식적으로 마련해 중국 내 여러 장소에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마치 미국이 20세기에 전 세계 석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 미국 영토 안에 대규모 전략 비축유를 마련하고 동시에 국제적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을 통해서도 석유 비축을 실시해 유사시 석유 비축유를 방출해 국제 석유 시장에 대한 장악을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중국에 희토류가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이 희토류 수출 자체를 줄이고 수출량 조절로 국제 희토류 가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미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2010년 3월 16일에 “희토류와 21세기 첨단산업”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작성한 광물 보고서가 공개됐다. USGS의 희토류 보고서는 청문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2005~2008년 미국은 희토류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특히 중국 수입에 91%를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이외에 미국은 프랑스에서 3%, 일본에서 3%, 러시아에서 1%, 나머지 국가들에서 2%의 희토류를 수입하고 있었다.


2008년·2009년 미국의 국내 희토류 광산 활동과 생산은 전무했다. 전 세계에서 희토류는 총 12만 4,000톤이 생산됐는데 중국의 생산량이 12만 톤에 달했다. 인도가 2,700톤으로 중국 다음으로 생산을 많이 했다. 그다음으로 미미하지만 브라질이 650톤, 말레이시아가 380톤을 생산했다. 청문회의 결론은 전기차 등 미래 첨단산업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희소금속을 미국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20세기 자동차 산업의 원료인 석유를 장악했던 미국으로서는 전기차의 원료인 희소금속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패착이며 21세기 미국의 위상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김연규 교수는…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이자 에너지거버넌스 센터장으로서 오랫동안 에너지와 기후환경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분석해 온 학자이다. 20세기 미국·러시아 강대국 관계를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과 지정학 관점에서 분석하는 많은 연구를 수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미중 세력 경쟁을 희토류와 전략 광물, 기술 패권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다.
2022년 3월 문을 여는 한양대 글로벌 기후환경대학원과 글로벌 순환경제센터 설립을 주도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자원순환(재제조) 인력 양성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재하는 자원안보진단위원회 민간위원장에 위촉됐으며 우리나라의 공급망 위기 문제를 다룬 단독 저서 ‘희소금속이 세계경제를 바꾼다(라의눈 출판사)’가 2021년 12월 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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