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자교 비하한 네티즌 정보 달라"...법원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기각

/이미지투데이

‘종교단체 명예를 훼손한 네티즌들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전자우편주소를 공개해달라’


국내 신도 20여만명을 보유한 A 종교단체는 지난해 7월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블로그 운영자 등 8명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교단이 성 삼위일체의 교리를 부정한다” “율법을 지켜야 구원받는다고 주장한다” “이단이다” 등 자교를 비하하는 게시글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지에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에서 사생활 침해 혹은 명예훼손을 당했을 때 피해자는 소송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용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는 심리를 통해 제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같은 해 8월 명예훼손분쟁조정부 회의를 거쳐 “게시글이 부정적인 표현을 포함하고 있지만 종교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는 헌법에서 고도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A 종교단체는 정보제공 거부처분에 불복해 11월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 종교단체는 “악의적으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다수 게시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했음에도 이용자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A 종교단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선전하는 자유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단’이라는 용어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 영역”이라며 “A 종교단체가 이단에 해당한다고 썼더라도 이를 두고 종교 및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서는 표현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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