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제공시간 법원마다 들쭉날쭉…현장선 "언제 나올지 몰라 답답"

■용두사미된 '법원신뢰' 제고
공개 신청한 판결문도 ‘하세월’
사건·변호 영향 커 대책마련 필요

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

전국 법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는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역점 사항인 법원 조직 및 인사 제도 개편과 사법 개혁 및 서비스 개선의 핵심 사항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가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김 대법원장은 특히 지난 2019년 9월 사법행정자문회의 출범식에서 “판결문 공개를 단순히 사법부의 시혜적 대국민 서비스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전관예우 등 불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확정 사건 판결서 공개 범위도 과감히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용두사미다. 법조계에서는 민원인들이 공개 신청한 판결문 공개율이 불과 55.8%이고 평균 소요 시간도 10일이나 걸린다는 사실에 아직까지 과거 관행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건 수사와 변호를 맡고 있는 일선 현장에서는 “언제 판결이 나올지 몰라 하세월”이라며 조속한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1일 서울경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2020년 판결서 사본 제공 실태’에 따르면 전국 법원 판결문 공개율은 55.8%, 소요 시간은 평균 9.9일이었다. 사건이 몰리는 대법원의 경우 1만 7,090건을 신청받아 1만 411건(60.9%)을 제공했고 평균 6.02일 걸렸다. 서울고등법원은 1만 5,198건 중 9,198건(60.5%)을 제공하며 평균 6.4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만 1,631건 중 1만 1,374건(52.5%)을 제공하며 평균 9.71일, 서울행정법원 5,690건 중 4,330건(76%)을 제공하며 평균 6.63일이 소요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비실명화를 거친 판결문은 제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별로 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판결문은 비실명화하는 데 시간이 추가로 걸리다 보니 각 법원이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자우편 등을 통한 판결문 제공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법원은 수수료를 납부한 날부터 5일 이내에 판결문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신청 접수가 완료된 후 신청자가 5일 이내에 수수료를 납부하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판결서 사본 신청이 종결 처리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된 판결문은 최장 10일 이내 제공돼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고 일부 법원의 경우 무려 24일, 30일 이상 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 같은 법원의 판결문 제공 관행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팀장급 경찰관은 “법원 판결은 변호사들의 방어 수단이고 검경의 수사 기법과 수사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공개된 판례가 지극히 적다”며 “수사는 신속이 생명인데 한 달가량 소요될 때도 있어 수사 실무에 애로가 있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담합 사건을 하다 보면 같은 사건으로 기업들이 제각각 민사재판을 받을 때가 잦다”며 “다른 업체 판결이 먼저 나오면 재빨리 판결문을 구해 대리하고 있는 사건에 참고해야 하는데 법원에 신청해도 언제 나올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이 아닌 민사·행정 판결까지 공개하는 등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법원 행보는 반길 만하다”면서도 “작가는 작품, 교수는 논문으로 평가받는 것처럼 법관은 판결문으로 평가를 받는 만큼 판결문에 대해서도 각급 법원별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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