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확산으로 중단됐던 유럽식품의약청(EMA)의 현장 실사가 재개되면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의 글로벌 스탠다드 인증이 재개됐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제조 수요가 늘어나며 K바이오의 위탁개발생산(CDMO) 확대가 눈에 띈다. 기존 바이오 벤처·제약사는 물론 SK(034730)·CJ(001040) 등 대기업 등도 오는 2026년 200억 달러(24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CDMO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EMA 관계자들이 입국해 바이넥스(053030), 프리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시설을 연달아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유럽 시장에서 완제의약품을 수출하거나 승인을 위한 임상 시험을 하려면 EMA로부터 생산 시설에 대해 실사 점검을 받아 야한다. 코로나19로 그동안 미뤄졌던 현장 실사가 다시 재개된 것이다.
바이넥스는 고객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송도 생산 시설에 대해 이달 중순 EMA의 현장실사를 마쳤다. 바이넥스는 오송과 송도에 500~5,000ℓ의 중소형 바이오리액터를 비롯해 총 1만 2,000ℓ의 생산 설비를 갖췄다. 바이넥스의 주요 고객사로는 베링거인겔하임, 제넥신, 한올바이오파마, 파멥신 등이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도 지난 9~12일 오송 제조시설에 대한 EMA 현장실사를 받았다. 본래 올해 3월 코스닥 상장에 맞춰 유럽연합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EU-GMP) 실사를 예정했지만 코로나19로 EMA의 방문이 지연됐다. 이번 실사에서 프레스티지바이오는 관계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투즈뉴)'의 품목 허가 심사 절차로 EU-GMP 접합 여부를 평가받았다.
잠정 중단됐던 EMA 현장 실사가 재개되면서 국내 CDMO는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녹화 영상 등을 통해 비대면 공장 실사로 대체해오긴 했지만, 대다수의 바이오 CDMO 기업들은 지난 수개월 간 EMA의 현장 실사가 재개될 때까지 생산 시설 가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CDMO 업체 관계자는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EMA를 비롯한 해외 의약품 허가 당국들이 비대면에서 현장 방문 실사로 전면 전환했다"며 "당연히 비대면 실사보다 편리하기 때문에 허가와 생산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CDMO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K바이오의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올해 127억 9,000만 달러( 15조 2,000억 원) 규모인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거듭해 오는 2026년에는 203억 1,000만 달러(24조 원)로 급성장 할 전망이다. 단순한 위탁생산(CMO)을 넘어 전문성 있는 개발에 중점을 둔 CDMO가 바이오업계는 물론 국내외 대기업에서 신사업으로 눈독 들이는 이유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을 추가해 총생산 가능 규모를 62만ℓ로 늘리고 5~6공장까지 추가 건설해 글로벌 시장 50% 이상 점유에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랩셀, 차바이오텍, 이연제약, 진원생명과학(011000), 지놈앤컴퍼니 등도 CDMO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MO는 이미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CDMO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면서 "다만 글로벌 기준에 맞게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줄 수 있는 기술적 이해와 경험이 필요한 만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