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여야 대선 후보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 대표 모두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다. 당초 조문을 가겠다고 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주위의 만류에 뒤늦게 조문을 가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다. 의례적인 조문조차 정치권이 나서지 않을 만큼 전 전 대통령의 쿠데타, 군사독재와 5·18 등 역사적 과오에 쏟아지는 비판 여론이 부담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조문과 별개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인권유린에 참회도 없었다”며 “아쉽다”고 평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 계열 전직 대통령 사망이지만 최근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 등이 재차 부각되는 것을 경계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비판 일색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 예우는 박탈당했으니까 우선 (호칭은) 전두환 씨(氏)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최하 수백 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다”면서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조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두환 사망에 대하여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모두 불가하다”며 “생물학적 수명이 다해 형법적 공소시효는 종료됐지만 민사적 소송과 역사적 단죄와 진상 규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복잡한 속내를 노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전두환 전 대통령 상가에 따로 조문할 계획이 없다. 당을 대표해 조화는 보내도록 하겠다”며 “당내 구성원들은 고인과의 인연이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조문 여부를 결정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조화를 보내 예우를 하겠다는 입장인데 논란이 큰 인물인 만큼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차원의 조문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간적으로는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고심은 윤 후보의 입장 번복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윤 후보는 오전에 취재진을 만나 “일단 돌아가신 분에게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문을)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윤 후보는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실을 통해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가 광주를 찾아 사과를 했던 사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역시 “역사적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문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성찰 없는 죽음은 유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