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욕의 역사 남기고 참회 없이 떠난 全…반면교사 삼아야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 전 대통령도 별세함으로써 한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게 됐다. 유족들은 “죽으면 화장해서 뿌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묘하게도 이날은 33년 전 그가 12·12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에 책임을 지고 백담사로 유배된 날짜와 같았다.


전 전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서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비극들을 남기고 떠났다. 그는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움직여 군사 반란을 일으킨 뒤 정권을 장악하고 헌정을 중단시켰다. 1980년 5월에는 독재에 저항하는 대규모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군부대를 투입해 수많은 생명을 숨지게 한 유혈 진압을 주도했다. 그해 11월에는 서울경제 등 주요 신문들을 강제 폐간시켜 많은 언론인들을 해직하고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


7년 동안의 철권통치 시절에 막대한 비자금을 확보한 그는 훗날 “기업인들은 정치자금을 냄으로써 정치 안정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죄의식이 없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뇌물죄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의 판결을 받고 같은 해 12월 사면됐다. 하지만 추징금 956억 원을 납부하지 않은 데다 ‘예금 자산이 29만 원’이라고 기재해 공분을 일으켰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폭동”이라고 극언을 하면서도 당시 유혈 진압에 대해 끝내 반성도, 사죄도 거부했다.


역대 정부에는 빛과 그늘이 모두 있다. ‘5공화국’에 대해서도 ‘3저 호황’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88서울올림픽을 유치했다는 등의 긍정적 평가가 일부 있다고 해도 전 전 대통령의 과오를 상쇄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총칼로 인명을 앗아간 불행과 비극은 우리 역사에서 지워질 수 없다. 오욕의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아 잘못된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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