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한쪽이 안들려, 하…" 숨진 23세 간호사 생전 메시지 공개

10만원 식대 중 4,200원 쓸 만큼 격무 시달려
"병원서 나가라 했다"…선배 간호사 '태움' 주장 나와

최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기숙사에서 간호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그가 생전에 동료들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가 23일 공개됐다. /MBC 방송화면 캡처

최근 경기도 의정부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23세 여성이 입사 아홉 달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생전에 지인들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가 공개됐다.


23일 MBC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동료 등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공개했다. 지난달 A씨는 동료에게 “어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귀 한쪽이 안 들리더라” “의사 선생님이랑 상담했는데 우울 지수가 높아서 팀장에게 말했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를 동료와 주고 받은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 16일 A씨는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A씨의 유가족은 딸이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7월 급여명세서 확인 결과, 한 달에 10만 원씩 지급되는 식사비 중 A씨는 고작 4,200원을 사용했다. 그는 동료에게 “진짜 오랜만에 밥 먹어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이 병원에서 23명의 환자를 혼자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과중한 업무 뿐 아니라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이른바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동료에게 “선배 간호사에게 엄청 혼나 울면서 나왔다. 일하지 말고 나가라고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업무 환경에 한계를 느낀 A씨는 병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팀장은 ‘퇴사 두달 전 통보’ 조항이 있는 근로계약서를 내세워 거부했다. 계약서에는 이를 어기면 병원 측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료 간호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A씨가)그 전날에도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너무 해맑게 했다"며 "그래서 지금도 (A씨의 죽음이) 솔직히 안 믿긴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A씨가 팀장과 상의했을 뿐 사직서를 내진 않았고, 실제 퇴직을 원한 경우 모두 받아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진상 규명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병원 측의 요청으로 병원 내 괴롭힘의 정황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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