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내년 물가마저 1.5%에서 2.0%로 크게 높여 잡았다. 국제유가 상승에 공급병목 장기화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준금리를 1.0%까지 올린 한은이 물가와 금융불균형 대응을 위해 내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하고 10월 동결한 뒤 다시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은은 국내경제가 양호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 영향으로 다소 조정됐으나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와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경제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주요국 백신 접종 확대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 내년을 3.0%로 유지했다. 지난 5월에 제시한 전망치를 8월에 이어 이번에도 그대로 둔 것이다.
다만 물가 전망은 크게 달라졌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 폭 확대와 지난해 통신요금 인하 등으로 인한 기저효과 등으로 3%대 초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이 2%대 중반으로 상승한 가운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마저 2.7%까지 오른 상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높였을 뿐 아니라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마저 1.5%에서 2.0%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물가에 대한 표현도 ‘당분간 2%를 상회할 것’에서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수정됐다.
금통위는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통위는 지난 10월 회의에서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적절히’로 수정하면서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8월 금통위가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하자 시장에서 기계적으로 한 번 건너뛰고 인상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문구를 ‘적절히’로 수정했는데 이를 두고 올해 11월과 내년 1월 연속 인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