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의 신용 위험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 AA-등급 3년물 기준)는57.1bp(1bp=0.0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자금 시장이 경색된 후 최대치로, 대우조선해양 분식으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냉각된 지난 2015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약 60bp)이다.
이달 들어 치솟던 국고채 금리가 1%대 후반으로 다소 안정세를 찾았으나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영향이 컸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8bp 하락한 연 1.933%에 거래를 마쳤다. 5년물은 6.9bp 떨어진 2.168%, 10년물도 4.6bp 내린 2.348%로 마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예고했지만 이미 하반기 들어 서너 차례 수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된 만큼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회사채 금리는 23일 오전 2.621%로 2018년 8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후 2% 중반을 오가며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채는 채권 중에서도 유동성이 낮아 금리 상승기에 국고채보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느리게 하락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기존 포트폴리오에 국채보다 회사채를 많이 담은 투자자일수록 평가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당분간 기업들의 신용 위험은 커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얼마나 긴축될지 여부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부채 부담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 수요가 사그라들자 회사채 발행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7곳의 기업이 총 1조 3,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5곳이 7,800억 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경쟁률도 6.43 대 1에서 3.39 대 1로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 금리는 크게 뛰었다. SK는 3년물 기준으로 올 3월과 6월 각각 연 1.204%, 1.494%에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2.551%로 조달 금리가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올해 2월과 11월 두 차례 회사채를 발행한 LG유플러스 역시 연초 발행 대비 140bp 상승했다.
다만 금리 급등세는 회사채 비수기인 연말과 맞물린 단기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인상분까지 선반영하면서 금리가 크게 높아졌지만 매수 수요가 회복되는 연초가 되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리가 최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금리 인상분까지 선제적으로 반영한 만큼 비슷한 스프레드 수준을 이어가다 회사채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내년 1월께 다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