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석 달 만에 다시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제로 금리’ 시대는 2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경기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물가를 잡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한은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 더 센 긴축을 위해 기어 변속을 한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통화정책의 바로미터인 미국의 긴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의 물가 지표인 근원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1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반면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나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예상보다 빨리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긴축 속도에 비례해 실물 경기의 충격도 배가될 것이다. 긴축의 후폭풍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 셈이다.
하지만 국내외 환경은 회색빛으로 가득하다. 재정과 수출로 버텨왔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내 소비도 얼어붙을 수 있다.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정권 말 정책 공백까지 겹치면 더블딥(이중 침체)은 물론 경기 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 심지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 풀기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정치권은 내년 초 대선을 목전에 두고 선심성 예산을 쏟아부을 것이 뻔하다. 폭주하는 재정 포퓰리즘에 휩쓸려 긴축 정책이 무력화되면 경제 전반은 부실의 고름으로 뒤덮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긴축 시대에 맞게 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당장 내년으로 미뤄둔 중소기업 등의 부채 폭탄이 터질 것을 대비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규제 개혁과 신산업 육성 등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구조 개혁 없이 ‘긴축의 강’을 건넌다면 기다리는 것은 더욱 깊은 ‘부실의 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