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수사·尹수처' 등 잇단 논란…출범 300일만에 개혁 대상 전락

[흔들리는 법조3륜] 공수처 수사력·공정성 모두 낙제점
직접수사 11건 중 4건이 尹 겨냥
수사경험없는 檢 모여 곳곳 빈틈
2,579건 접수 중 결국 1건만 처리

김진욱 공수처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정치적으로 권력 실세의 바람에 굴종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을 거쳐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그는 대표적인 공수처법 찬성론자이자 참여정부 시절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공수처에 대한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신 이사장은 아직 첫돌도 지나지 않은 공수처에 대해 “너무나 실망스러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공수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18년 만에 진보 진영의 염원으로 출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만큼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할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출범 300일 만에 오히려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공수처는 양과 질 모두에서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수사 실적이 크게 저조하다. 지난 19일 기준 공수처에 고소·고발, 진정, 이첩에 따라 접수된 사건은 총 2,579건이고 처리된 사건은 단 1건이다. 공수처가 유일하게 마무리 지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 채용 의혹 사건.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도 없고 감사원에서 이미 사실관계 파악이 끝난 사건을 상징성이 있는 ‘1호 사건’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쉬운 사건부터”라는 계산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현실이 이 같은데 공수처는 내년에 45건의 직접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목표치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직 대통령, 대법원장 및 장관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할 때는 40~100명가량의 인원이 동원되는데 공수처는 조직 규모상 사건 하나를 제대로 담당하기 어렵다”며 “처리 건수가 아니라 얼마나 큰 사건을 처리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기관이라고 보기에는 어처구니없는 수많은 빈틈을 보였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 수색했지만 빈손으로 철수하는가 하면 대검 감찰부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폰을 포렌식한 뒤 공수처가 대검을 압수 수색하면서 관련 자료를 확보해 ‘하청 감찰’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이 없어서 이 같은 논란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공수처는 일단 수사 역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검사도 뽑은 뒤 몇 년을 훈련시켜야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수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무슨 수사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수사력 논란에 이어 공정성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 중인 11건의 사건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사건만 4건이다. 야권에서 ‘윤(尹)수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윤 황제 조사’ '공수처 차장-여(與) 의원 접촉’ 등 굳이 나서서 시빗거리를 던져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에 대한 불신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고발 사주는 수사하면서 제보 사주와 같은 현 정권을 둘러싼 수사에는 적극적이지 않고 되레 여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는 등 빌미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수처가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했던 만큼 스스로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국민 소통을 늘려 쌓인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들의 수사 경력이 짧은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은 시행착오 기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성과를 내려면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잘못된 점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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