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규직만 어린이집’…고용차별도 인지못한 고용부 산하기관

알리오 공시에 “정규직만 이용“
고용차별 안된다는 법 위반 소지
공단 “기재 실수…차별 없어” 해명
보고 받은 임원도 문제 인식 못해

사진출처=알리오에 공시된 인력공단 직장어린이집 공시 일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정규직 직원만 직장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다는 공시를 내 뒷말이 나온다. 인력공단은 작성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내부적으로 이 공시를 보고 받은 인력공단 실국장까지 이 문구가 관련 법 위반 소지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직장어린이집 등 고용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소관부처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26일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7일 인력공단은 직장어린이집 운영비 내역을 공시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정규직(일반정규직, 무기계약직) 직원에 한함’이라고 기재했다. 알리오는 국민 누구나 접속해 기관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다.


이번 인력공단 공시는 고용차별이 이뤄지면 안 된다는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1조 4항은 ‘사업주는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경우 근로자의 고용형태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직장어린이집 이용에 대한 비정규직 차별을 두지 않는다. 고용부 산하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도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기관의 직장어린이집 공시를 보더라도 영유아 1~4세 자녀를 둔 직원이라는 식으로 차별없이 운영한다.


인력공단은 담당자의 공시 기재 실수라고 수정하겠다고 해명했다. 공단 측 관계자는 “인력공단 직원이 모두 정규직인 줄 알고, 정규직이 이용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며 “올해 처음 공시를 하면서 작성 과정의 실수가 있었다”고 실제 운영에서는 고용형태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해명도 석연치 않다. 올해 3·4분기 기준 인력공단 임직원 가운데 일반 정규직(일반정규직, 무기계약직)은 1,904명이고 비정규직은 2명이 근무한다. 직장어린이집 공시 기준인 작년 말에도 1명이 근무했다. 이 임직원 공시와 직장어린이집 공시 작성자는 다르지만, 감독자와 확인자는 동일인이다. 인력공단 스스로 문구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 공시는 공단 내 담당 실·국장까지 결제 단계를 거쳤다.


다른 부처에서는 ‘헤프닝으로 볼 수 있다’ ‘이해 못할 실수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배경은 고용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올해 직장어린이집 공시를 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고용부는 일자리, 남녀고용평등 등 다른 기관의 고용정책을 평가하는 부처”라며 “지금 정부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있는 문구를 쓸 수 있는 부처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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