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채씨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직장생활 23년차의 평범한 50대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서울 마포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시면서 아끼고 모아 자식을 키우셨다. 어머니는 여장부 같은 강한 의지로 서울 시내에 30평대 아파트도 한 채 마련하셨지만, 63세가 되신 해에 건강이 안 좋아지시자 30년을 넘게 운영하시던 음식점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한채씨는 그동안 고생하며 자식을 뒷바라지 한 어머니가 건강까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지내셔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상의하여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했다.
어머니랑 합쳐서 산 지 12년째가 된 올해 어머니가 건강이 악화되어 돌아가시고, 나한채씨는 어머니가 남기신 재산이 아파트 한 채뿐이라서 상속세 신고는 따로 안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세무사를 찾았다가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된다. 평소 부자들만 내는 줄 알았던 상속세를 나한채씨 본인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무사 :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등해서 고인께서 보유하셨던 아파트 평가액이 현재 15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의 상속 재산이 아파트만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상속세를 대략 2억원 정도는 납부해야 합니다. 또 혹시라도 아파트 외에 나한채씨가 추가로 상속받는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은 40%세율이 적용되어서 상속세를 더 납부하셔야 합니다.
나한채 : 네? 저 같은 사람도 상속세를 내요? 그것도 아파트 한 채 물려받는데 2억원씩이나요?
세무사 : 아버님이라도 살아 계셨더라면 상속재산공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상속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겠지만, 아버님이 먼저 돌아가시다보니 배우자공제 없이 일괄공제만 5억원을 받게 되어 상속세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나한채 : 세무사님, 저희가 갑자기 그 큰 돈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정말 답답하네요.
세무사 : 현행 상속세법상 어쩔 수 없습니다. 만약 한꺼번에 납부하시기가 어려운 경우라면 최대 5년에 걸쳐 나누어 납부하는 방법(연부연납제도)은 있습니다. 만약 분할납부도 어렵다면 결국 아파트를 팔아서 상속세를 마련하시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 15억원에 아파트를 매도한다면 그 가격이 취득가액이 되어서 상속주택 처분으로 인한 양도세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나한채 : 세무사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15억원에 처분하고 상속세로 2억원을 내면 남은 13억원으로 다시 집을 구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이 동네에서 그정도 돈으로 비슷한 집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이 동네에서만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이 동네가 익숙해져서 다른곳으로 이사를 하기가 괜히 걱정되네요.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구요. 그렇다고 대출을 받자니 앞으로 아이들 결혼자금이나 저희부부 노후자금 등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대출 원금 상환이나 이자가 큰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현행 상속세법에서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일 현재 무주택자이거나 피상속인인 부모와 공동으로 1세대 1주택을 소유한 경우로서 피상속인과 동거 중인 상속인(직계비속에 한하며 배우자는 제외)이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상속인 미성년자인 기간 제외)이상 피상속인과 계속하여 하나의 주택에서 동거한 1세대 1주택을 상속받을 경우, 동거주택 상속공제라는 항목으로 6억원 한도내에서 주택가액(부수토지가액 포함, 담보채무 차감)의 10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세무사 : 조금 전 말씀하실 때 어머니를 10년 넘게 모시고 살았다고 하셨나요?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10년 동안 계속해서 1세대 1주택이셨어요?
나한채 : 네, 어머니 모시고 산지 벌써 12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랑 합가하면서 제가 보유하던 주택은 일찍 처분했고, 어머니 소유의 아파트에서 지금까지 함께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와 아내도 별도로 보유한 주택은 없었어요.
세무사 :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나한채씨 경우에는 상속세 계산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이 있어요. 나한채씨의 경우처럼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세대가 합가해 1세대 1주택을 유지하면서 10년 이상 동거한 아파트를 상속 받는 경우, 상속재산가액 15억원에서 일괄공제 5억원에 동거주택상속공제 6억원을 추가로 공제 받을 수 있어 상속세를 약 1억6,500만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모 봉양에 따른 세제지원책으로 2020년 상속분부터 동거주택 상속공제율이 80%에서 100%로 상향됐다. 또 공제한도는 5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자녀 육아를 위해서 부모와 세대를 합가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미 핵가족화된 사회분위기와 10년이라는 동거 기간과 1세대 1주택 유지 조건으로 인해 동거주택 상속공제 적용은 매우 드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법에도 이렇게 효에 대한 혜택이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김정철 수석연구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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