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돈은 벌고 싶은데 현생은 바쁩니다. 시간을 쪼개 경제 기사를 들춰보고, 상품 가격 추세가 어떤지 밑줄 쳐 공부해 ‘이제 좀 알겠다' 판단에 들어갔지만… ‘주식의 맛’은 매콤하기만 합니다.
“다 모르겠고, ‘제2의 테슬라’가 될 만한 종목만 콕콕 찍어줬으면 좋겠다” 투자자들의 솔직한 심경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이런 동학개미의 마음을 정확하게 간파한 상품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요. 바로 테마 상장지수펀드(ETF)가 그 주인공입니다. 테마ETF는 향후 5~10년간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메가 트렌드’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난해부터 전기차, 친환경, 메타버스 관련 테마ETF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싹이 튼 산업이라 당장의 시장 규모는 왜소하지만 먼 훗날 하나의 섹터(업종)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전도유망한 루키입니다. 11월 마지막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는 테마 ETF를 살펴보겠습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국내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12조 6,520억 원으로 지난 2019년 말(5,015억 원)과 비교해 무려 2,400%가 넘게 성장했습니다. 국내 테마ETF의 순자산총액 규모는 △20년말 3조 780억 원 △21년 3월말 6조 3,450억 원 △6월말 7조 4,330억 원 △9월말 9조 6,660억 원으로 매 분기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국내 전체 ETF 순자산총액 중 테마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17.8%까지 확장됐습니다. 그간 ETF시장이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시장 대표지수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불과 2년 전만 해도 테마ETF의 비중은 1.0%로 존재감이 미약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기차 테마ETF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지난해 말 6.0%까지 치고 올라오더니 지난 1분기 10%를 넘겨 어느덧 점유율 20%가 목전입니다.
테마ETF의 종목 수도 25일 기준 72개로 지난해 말(41개) 대비 75.6%나 급증했습니다. 올해 국내에 새로 상장한 ETF(77개) 중 40%가 테마ETF였던 셈입니다. 이전에 찾을 수 없던 비메모리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모빌리티, 메타버스 등 각종 테마 상품이 동시 상장하면서 종목 수가 가파르게 늘었고 지난 24일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골프 테마ETF를 전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에 손쉽게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시장에서 먹혀든 배경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반도체 등과 같은 전통 산업 구분 체계가 힘을 잃고 우주·전기차·메타버스 등 신사업이 본격 태동하고 있습니다. 시장 침투율 10% 미만의 초기 기술 확산기는 ‘텐 배거(수익률 10배)’ 종목을 찾는 투자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기회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곧바로 어떤 종목을 취사선택 해야 할지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높은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기술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기업들의 수익 모델도 나오지 않아 어떤 종목에 손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런 문제에 직면한 투자자에게 테마 ETF가 제격이었습니다. 공모펀드보다 훨씬 저렴한 연간 0.5% 안팎의 보수를 받고 전문가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개별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됐습니다. 실제 올해 ETF 데이터 분석 업체 트랙인사이트(TrackInsight)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테마ETF 투자를 늘리는 이유의 66%가 장기 성장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울러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으로 구성돼 단돈 만 원으로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관심을 부추겼습니다.
높은 수익률도 투자자들을 매료시킨 요인입니다. 지난 한 달간(10월 26일~11월 26일) 코스피지수는 3.69% 하락하는 동안 테마ETF 순자산총액 톱10 종목은 4.66% 상승하면서 시장 부진에도 탄탄한 오름세를 지속했습니다. 덩치가 가장 큰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5.02% 올랐고,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와 ‘TIGER Fn메타버스’가 각각 10% 이상 뛰었습니다.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로 증시 전반의 상승세가 정체된 와중에도 성장 스토리가 탄탄한 성장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위축되지 않으면서 자금을 빨아들였습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령화 비롯해 과거보다 낮은 성장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들의 변화가 쉽지 않아 향후 5~10년간 ‘희소한 성장’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테마형 ETF의 규모가 지난 2년간 5배 증가했으며 ETF를 통한 테마 투자는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테마ETF의 히트에 자산운용업계는 반가운 내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일부에서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휘발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달 13일 동시 출격한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와 ‘TIGER Fn메타버스’는 이달 중순 한때 수익률 50%를 돌파하면서 일각에서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올라왔다고 지적합니다. 중장기 성장성을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해도 아직 사업의 실체가 구체화되지 않았고 기대감 단계에서 주가가 치솟아 향후 시장의 평가 잣대는 엄격해질 수밖에 없겠죠. 실제 최근 관련 업종은 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메타버스 ETF 4종의 평균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펄어비스와 빅히트의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39.6배, 105.5배까지 솟아올라 밸류에이션이 설명이 어려운 수준입니다. 또 특정 투자에게 매수가 집중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는 아닙니다. 상장 이후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와 ‘TIGER Fn메타버스’의 순매수액의 97.4%, 97.8%가 개인 투자자에게서 나왔습니다.
한 자산운용사의 ETF본부 관계자는 “현재 산업 체계로 포착하지 못하는 성장 산업 발굴은 큰 의미가 있지만 최근 일부 테마ETF가 휘발성이 강한 면모를 나타내는 점은 우려스럽다"면서 "ETF가 기본적으로 분산투자가 돼 있지만 테마 ETF는 ‘알파를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몰빵’은 자제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