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럽 공정거래]펩시 포인트를 모았으니 전투기를 달라고?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


매년 겨울마다 진행되는 스타벅스 겨울 프리퀀시 이벤트가 올해도 인기다. 올해는 행사기간 동안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플래너를 비롯해 휴대용 담요인 컴포터와 아날로그 시계를 주는 굿즈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만약 사은품으로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준다고 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펩시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펩시 포인트를 이용한 ‘펩시 스터프’라는 전대미문의 이벤트를 실시했다. 펩시 1상자, 즉 24캔을 10포인트로 환산해 75포인트를 모으면 티셔츠를, 175포인트를 모으면 색이 들어간 안경을, 1,450포인트를 모으면 가죽재켓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사은품은 700만포인트를 모으면 받을 수 있는 해리어 수직이착률 전투기였다. 해리어 전투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이 ‘버스보다 훨씬 빠르군’이라고 말하는 광고 대사는 당시 TV를 보면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700만포인트를 모으기 위해서는 콜라 1,680만캔이 필요했고, 그 캔의 길이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정도였다. 펩시 가격을 500원으로 잡아도 최소 84억 원은 필요할 정도도 거의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한 대학생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15점만 모으면 나머지는 1점당 10센트로 대체할 수 있다'는 규정에 주목했다. 700만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70만 달러, 최소 3,300만 달러인 해리어 전투기와 비교할 시 ‘역대급 수지맞는 장사’로 접근한 것이다. 그는 펩시 36통(15포인트)과 70만 달러짜리 수표를 담긴 편지를 펩시에 보내 해리어 전투기를 요구했다.


단순한 장난으로 여긴 펩시는 대학생의 요구를 무시했지만, 그는 ‘약속은 약속이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당황한 펩시가 사은품 인도거부 소송을 제기하자 그는 펩시를 상대로 전투기 인도계약 불이행, 사기에 따른 위자료 청구까지 덧붙여서 맞대응했다. 3년간의 오랜 법정 싸움 끝에 결국 법원은 펩시가 허위광고를 했지만 죄를 물을 정도는 아니고 따라서 펩시가 해리어 전투기를 줄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덧붙여서 광고의 내용을 볼 때, 부모의 허락이 있어도 학생들이 차를 타고 등교를 못하는데, 학생이 전투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은 시청자가 볼 때 연출된 행위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광고계에 시사점을 남기기 충분했다. 만약 전투기가 아닌 3,300만 달러짜리 자전거였다면 판결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위 사례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의 엉뚱한 행동에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 간 재미있는 해프닝이긴 하지만, 이역만리 우리나라였다면 허위 또는 과장에 의한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특한 상품을 내건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는 요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수량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괜한 소비욕구만 자극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어진 수량의 음료만 마시면 미션을 완료하고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서는 나중에 수량 부족 등을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사은품을 변경하거나 제공하지 못한다면 표시광고법에 반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기업에 있어서 마케팅은 반드시 필요는 하겠지만 만약 허위 또는 과장에 의한 마케팅을 반복한다면 결국에는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점을 기업은 한 번 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