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주가 급등의 후유증을 앓던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주들이 반등을 재개하며 주도권을 다시 찾고 있다. 재계 3위 SK그룹이 암호화폐거래소 투자에 나서면서 NFT 성장에 대한 회의론을 덮고 투자 불씨를 되살렸다. 다만 아직 구체화된 수익 모델 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내달린 측면이 커 종목 선별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코스닥 시장에서 위메이드(112040)의 종속회사 위메이드맥스(101730)는 전 거래일 대비 29.89% 급등해 상한가인 5만 4,100원에 마감했다. ‘미르4’의 개발사인 위메이드넥스트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소식이 주가에 땔감이 됐다. 올해 하반기 출시된 미르4는 NFT 기술을 적용한 ‘플레이투언(P2E·돈 버는 게임)’ 게임의 원조 격으로 글로벌 동시 접속자 130만 명을 기록하면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이날 코스닥 시가총액 톱10 중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은 씨젠(096530)을 제외하면 NFT 사업 계획을 밝힌 펄어비스(263750)(0.15%)·카카오게임즈(293490)(0.39%)·위메이드(5.83%)뿐이었다.
치명률·백신의 예방 효과 등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한 정보 부재로 코스닥이 1.3% 넘는 조정을 받은 가운데에서도 NFT 관련주는 꿋꿋이 상승세를 유지하며 주도주로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주 초반 과열 논란에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이날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투자형 지주사 SK스퀘어(402340)가 NFT 마켓을 보유한 코빗에 9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굴지의 대기업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NFT 시장 선점에 속도를 올리려 코빗의 2대 주주에 오른다는 소식이 ‘NFT 열풍이 반짝 아니냐’는 우려에 불을 끈 것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값을 부여하는 것으로 일종의 디지털 등기부등본이다. 게임 아이템, 예술품 등이 디지털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셈으로 메타버스 생태계와 결부해 성장성이 크게 부각됐다.
글로벌 NFT 시장 거래액 규모는 지난해 6,683만 달러(약 800억 원)로 미미했지만 올해 3분기는 106억 7,000만 달러(12조 8,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만 7,724% 폭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NFT로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초대형 디지털 거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인 변화”라며 “NFT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고 평가했다.
NFT 성장성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지만 단기간 에너지를 몰아 썼던 종목의 예후가 좋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동시다발적으로 NFT 사업 발표가 쏟아지면서 지금껏 주가가 무차별하게 올랐지만 향후 지배력을 가져가는 소수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 진행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또 남다른 수익 모델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장기적 안목에서 밸류에이션을 가늠하는 내부자들의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썩 좋은 신호는 아니다. 실제 NFT 사업 플랫폼 진출로 최근 두 달간 주가가 160% 이상 뛴 갤럭시아니머니트리는 26일 장 마감 뒤 자사주 전량(134만 주)을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여파로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이날 12.57% 급락했다. 이외에 하이브와 카카오게임즈의 임원들도 이달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기회 삼아 지분을 매각했다.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 요소가 있는 NFT 게임에 대해 법률상 허가를 낼 수 없다고 밝혔고 저작권·환경 문제 등 대중화까지 건너야 할 강이 많다는 설명이다. 홍재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NFT 저작권의 법적 실효성 등 각국 법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법적 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등기부등본은 있으나 실제 건물이 소실된 것과 같은 이치로 소유 대상 원본의 영구성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