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라더니 학교 방문해 백신 맞힌다고? ...학부모들 '강제 접종 분위기' 걱정

"나도 맞아야하나 생각 커질것"
교원단체도 "신중해야" 반대

한 고등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학교를 직접 방문해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데 이러면 강제 접종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학교 방문 접종’ 대책을 내놓자 학부모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강제 접종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주요 학부모 온라인 카페에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학교 방문 접종 대책을 성토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학부모 A 씨는 “학부모 동의 없이는 백신을 안 맞추겠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가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을 자꾸 볼 경우 ‘나도 맞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강제 접종 분위기가 생길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탄에 거주하는 학부모 B 씨도 “백신의 효과를 믿지만 백신 접종은 어디까지나 학생·학부모의 자율 선택을 기반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서 이동형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백신 접종까지 하는 것은 너무 나간 느낌”이라고 했다.


전날 정부는 백신 미접종이 최근 학생 감염률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접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소 방문, 접종 센터 재운영, 위탁 기관 지정 및 학교 방문 접종 등으로 접종 통로를 다양화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미 97%가 접종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의 코로나19 발생률은 11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1.4명이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가 많은 중학생의 경우 같은 기간 코로나19 발생률이 10만 명당 7.02명, 초등학생은 4.5명으로 고3 학생보다 훨씬 높아 백신 접종이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체로 학교 방문 접종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교원 단체들도 학교 방문 접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본부장은 “앞서 고3도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접종 센터로 이동해서 백신을 맞았는데 학교에서 접종이 이뤄지면 맞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만약 학교 내에서 접종을 했다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학교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일선 학교들도 학교 방문 접종에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학교에서 전면 등교가 시작된 지난 22일 이후 28일까지 1주일 동안 서울 지역에서만 유·초·중·고등학생 1,09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교직원 확진자는 95명이 나왔다. 학생과 교직원 확진자 총 1,185명의 감염 경로를 보면 가장 많은 426명(36.0%)이 가족 감염이었고 감염 경로 불분명(395명·33.3%)이 뒤를 이었다. 교내 감염은 223명으로 18.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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