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전달을 막는 뇌혈관장벽(BBB)을 개방하는 시술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던 알츠하이머에서 약물 전달률을 높여 질환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은 장진우 신경외과 교수와 예병석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혈관장벽을 열어 알츠하이머를 야기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는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 발생하는 치매의 대표적 유형이다. 수년 간 축적이 진행되면서 기억력과 언어 기능, 시공간 인지 능력 등 다양한 영역의 기능 저하를 야기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0년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84만 여 명에 달하는데, 그 중 70~75%가 알츠하이머 환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 치매를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 외에는 없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기전의 ‘아두카누맙’이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지만 진행을 늦추는 역할에 그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치매 치료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뇌혈관장벽이다. 뇌혈관장벽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분자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물질을 걸러내는데, 이러한 작용 때문에 치매 약물의 전달 효능을 감소시킨다.
장진우?예병석 교수팀은 2020년 3~8월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뇌혈관장벽 개방술을 3개월 간격으로 2차례 실시했다. 개방술은 환자에게 조영제를 투입한 후 전두엽 뇌혈관장벽에 초음파를 집적해 뇌혈관장벽을 20㎤ 정도 여는 시술이다. 임상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됐다.
환자들은 개방술 이후 6개월 동안 약을 복용하고, 연구 기간 중 아밀로이드 침착을 확인하는 PET 검사를 시술 전후 2차례 받았다. 연구팀은 PET 검사 수치를 보정해 ‘표준화 섭취계수율’로 아밀로이드 감소 정도를 파악했다. 보호자를 대상으로는 행동과 심리를 기반으로 치매 중증 정도를 파악하는 CGA-NPI(Caregiver-Administered Neuropsychiatric Inventory)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마지막 검사의 표준화 섭취계수율은 환자 평균 0.986으로 첫 검사 결과인 1.002보다 0.016 하락하면서 아밀로이드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CGA-NPI 점수는 8점에서 2점으로 떨어지며 보호자가 느끼는 환자 문제 행동도 호전됐다. 연구 기간 동안 참여자 모두에게서 어떠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서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치매 마우스 모형에서 아두카누맙 복용과 초음파 뇌혈관장벽 개방을 병행하면 아두카누맙 단독 치료보다 뇌 안의 아밀로이드 감소 등 치매 치료 효과가 낫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두카누맙보다 효과가 개선된 항체를 찾고 있다
예병석 교수는 “치매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암과 더불어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대표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는 치료제 사용에 큰 장애가 됐던 뇌혈관장벽을 안전하게 뛰어넘게 함으로써 획기적인 치매 치료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우 교수는 “뇌혈관장벽 개방술이 그동안 불치병으로 여겨진 치매, 뇌종양 등 신경계 질환 치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