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결정 전 패소 확정된 과거사 사건, 재심 안돼”

‘나주 경찰부대 사건’ 관련 헌재법 합헌
“비형벌 법규 재심은 당사자만 청구”
반대의견 4명 “기본권 보호가 더 중요”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1950년 ‘나주 경찰부대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손해배상 재심을 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유족들이 헌재법 75조 등이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나주 경찰부대 사건은 1950년 7월께 나주 경찰부대가 해로 후퇴를 위해 경찰 버클 등을 가린 채 전남 나주와 해남 등지로 이동하던 중 자신들을 인민군으로 알고 환영한 주민 97명을 사살한 일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국가의 공식 사과와 희생자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고 판결은 2009년 확정됐다. 법원은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9년 뒤인 2018년 헌재는 민법의 소멸시효를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나주사건 유족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 등을 근거로 이듬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법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해당 헌법소원 관련 사건 소송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만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게 하고, 형벌이 아닌 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의 효력이 결정 이후 발생한 사건에만 적용될 뿐 소급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런 헌재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형벌 법규가 위헌이라면 과거 확정판결도 바로잡을 수 있게 해야겠지만 모든 비형벌 법규로까지 재심을 허용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인 비형벌 법규의 재심은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낸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가능케 하고, 원칙적으로는 과거 확정 사건을 재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반대의견을 낸 이선애·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법 체계 보호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보다 언제나 앞서는 것은 아니라며 헌법재판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했다. 이들은 “권리 위에 잠자지 않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자(청구인들)에게 그렇지 않은 자(2018년 위헌 결정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유족)보다 불이익을 부여하는 사법 제도를 형성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헌재는 재심 청구가 어려워진 나주사건 유족들을 위해 입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5·18특별법, 부마민주항쟁특별법, 제주4·3사건특별법 등 재심 사유에 관한 특별 규정을 둔 법률들을 예로 들면서 “입법론적으로 2018년 위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피해자·유족에게 특별 재심을 허용해 구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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