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5월 베이징대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관리가 되려면 돈 벌 생각을 말고 돈 벌 생각을 한다면 관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공직 사회 부패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신분 안정과 권력을 좇아 공무원이 되려는 대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을 가지고 민간 기업 창업과 취업의 길로 나서라는 메시지였다. 그의 반(反)부패 의지를 반영한 듯 그해 말 국가공무원 시험인 ‘궈카오(國考)’ 응시자는 10%가량 줄었다.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의 공무원 선호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이 공직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중국의 공무원 시험은 중앙정부의 ‘궈카오’와 성(省) 단위의 ‘성카오’로 나뉜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면 35세 이하(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40세 이하)여야 하며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줘야 한다. 해고율이 0.05%에 불과해 공무원 선호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매년 11월 넷째 주말에 치러지는 궈카오 지원자는 2009년 10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2013년 15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움직임으로 2015년 129만 명으로 줄었지만 2016년 임금 10% 인상 등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
반면 909만 명의 대학·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10월 중국의 전체 실업률은 4.9%이지만 16~24세의 실업률은 14.2%에 이른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걸고 빅테크와 사교육을 때리는 바람에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일자리가 더 줄었다. 28일 실시된 궈카오에서 3만 1,242명 모집에 212만 3,000명이 응시 원서를 내고 142만 2,000명이 시험을 치렀다. 원서 제출자는 지난해보다 35% 급증해 경쟁률이 68 대 1까지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국가 공무원 공채 선발 인원은 6,450명인데 7급은 47 대 1, 9급은 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대로 된 민간 일자리가 적다 보니 공직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규제·노동 개혁을 통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해야 청년들의 공무원 열풍도 가라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