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한풀 꺾였다.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이후 5일간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은 2조 원 가까이 불었다. 수신금리 인상에다 코로나19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등장에 국내외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시중 자금이 안전 자산인 정기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6,880억 원으로 지난 10월보다 2조 3,622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은행의 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액은 최근 3개월간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4조 729억 원, 3조 4,380억 원 늘었다.
대출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3조 3,285억 원으로 10월보다 2조 1,122억 원 늘었다. 증가액 자체로만 보면 10월 증가액 3조 7,989억 원보다 1조 6,000억 원가량 줄었기 때문에 주담대 증가세는 꺾였다는 평가다. 5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대출은 지난달 다시 증가세로 바뀌었다. 11월 신용대출 잔액은 141조 1,338억 원으로 10월보다 3,058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12월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은 지난달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문을 걸어 잠갔던 일부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말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3일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을 시작으로 이날부터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을 전면 재개했다. 농협은행도 이달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담대를 다시 취급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초 이사철에 대비해 올해말 일부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그간 연 1%대 저금리로 외면 받던 정기예금으로 시중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날인 지난달 24일 653조 1,354억 원이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0일 654조 9,438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후 5일 만에 1조 8,000억 원가량 불어난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수신 상품 금리 인상 폭은 최대 0.40%포인트로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높다.
최근 당국이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해 구두 경고하자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예금금리 인상 폭을 높게 적용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기관 예금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미크론 영향으로 주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안전 자산인 정기예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