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일러 업체들이 약 10년 만에 보일러 제품 가격을 올린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은 데다 물류비용 부담도 커져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귀뚜라미는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가스보일러를 비롯한 일부 제품의 공급가를 기존 대비 5~10% 인상하겠다고 알렸다. 이번 공급가 인상분은 이달 중순에서 내년 1월까지 차례로 반영될 예정이다. 귀뚜라미가 보일러 가격을 올리는 건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경동나비엔(009450)은 이보다 먼저 인상 조치에 나섰다. 경동나비엔은 이달 1일부터 가스보일러 가격을 기존 대비 약 10% 올려 공급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가격 인상도 최근 8년 만의 일이다.
보일러 업체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철, 스테인리스 등 보일러 제조에 들어가는 주요 자재들이 줄줄이 치고 오르자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각종 산업 자재로 쓰이는 후판 등의 국내 유통가가 올해 들어 약 50%나 뛰었다. 스테인리스 역시 올 한 해 약 20~30% 상승했다.
물류난도 가격 인상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만 하더라도 올해 60% 이상 올랐다.
이 같이 여러 방면으로 높아지는 원가 부담을 결국 업체들이 제품 가격으로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물류 비용 부담이 커지면 매출이 늘어나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형국”이라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경동나비엔의 경우 올 3분기 매출(연결 기준)이 2,6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03억 원)보다 약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7억 원을 기록해 작년보다 약 44% 감소했다.
업계 선두권의 선제적 움직임에 후발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성쎌틱에너시스, 린나이 등도 원자재 가격 동향 및 제품 가격 영향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