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혜순(66·사진)이 스웨덴의 문학상 '시카다상'을 수상했다.
문학과지성사는 2일 김혜순 시인이 스웨덴 시카다상 심사위원회가 선정한 제14회 시카다상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시카다상은 197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대표 시인 하뤼 마르틴손(1904∼1978)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4년 제정된 상으로, 작품 활동을 통해 생명의 존엄을 일깨워 온 동아시아권 시인에게 주어진다. 시카다는 스웨덴어로 '매미(Cikada)'를 뜻하는 단어로, 마르틴손이 1953년 발표한 시집 제목에서 가져왔다. 국내에서는 고은, 신경림, 문정희 시인이 이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김혜순의 시가 "여성의 몸에 실재하는 감정과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다정함과 격분이 공존하는 언어의 목소리로, 악몽과 어둠을 관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적 황홀을 열어 보인다"고 평가했다.상금은 3만 크로나(한화 약 390만 원)다. 김혜순 시인은 스웨덴 현지에서 시집 '죽음의 자서전' 발간을 앞두고 있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김혜순 시인은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날개 환상통' 등을 비롯해 산문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시론집 '여성, 시하다' 등을 냈다. 김수영문학상과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 많은 상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