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3월 “정부와 의료계가 원격진료의 허용·금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원격의료 도입을 시사했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체된 의료 서비스 산업의 혁신도 앞당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는 동네 병원 죽이기”라는 시민사회 일각과 의료계 일부의 반발을 넘지 못해 2년여가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 규제 빗장 풀기는 정부로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논의의 불을 지펴놓고도 의료계의 반발이 있을 때마다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발을 빼는 일이 빈번했다. 지난해 5월 원격 모니터링과 전화 상담 중심의 시범 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보강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의료계나 학계에서 우려하는 ‘원격의료 제도화’를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원격진료와 처방 등의 전문적 의료 행위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접근할 것(김용범 당시 기재부 1차관)”이라고 답한 일이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국회는 원격의료 등이 포함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법·약사법·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증진법 등 보건의료 4법을 명시적으로 제외했다. 원격의료가 서발법의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돼 비대면 진료가 일부 허용됐다고 자평하지만 이 역시 한시적 조처에 불과하다. 개정안을 보면 유무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면서도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일 때만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한편 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원격 비대면 진료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며 “집권하면 우리 국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코로나 때문에 어느 정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상태인데, 일단 저는 원격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비대면 진료 시술이 의료 전반적인 분야에서 행해질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진보를 충분히 이뤄냈다”면서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기존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