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존 대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자동차 생산에 뛰어들면서 전기차 2차 붐이 일고 있다. 기존 1차 붐에서는 스타트업들이 과열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자금력과 판매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규모의 경쟁이 더 커지면서 그만큼 거품이 터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3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전날 중국의 전기자동차 기업인 싸이리쓰와 손잡고 고급 SUV 전기차 모델인 ‘아이토(AITO)’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청둥 화웨이 인텔리전트 차량 솔루션 부문 및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우리는 지난 30년간 축적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고급 SUV 전기차 아이토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파트너인 싸이리쓰는 충칭소콘의 전기차 관련 계열사다.
싸이리쓰는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화웨이의 전기차 시스템인 ‘하이카’를 탑재한 신형 전기차 ‘SF5 화웨이즈쉬안’ 모델을 공개, 이틀 만에 3,000대 이상의 주문을 받은 바 있다. 아이토는 화웨이의 독자적인 운영체계(OS) 훙멍(鴻蒙·Harmony) 시스템을 채택한다. 화웨이와 싸이리쓰는 내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과 체험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이미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베이징자동차 블루파크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블루파크)’와 손잡고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화웨이와 블루파크가 합작으로 개발한 전기자동차는 ‘아크폭스 알파S HBT’(Arcfox αS HBT)‘로,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업체 샤오미도 2024년까지 총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베이징 남동부의 이좡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오미는 올해 초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다며 향후 10년간 총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샤오미는 스마트폰 영업을 위해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매장 수천개를 열었는데, 결국 이를 전기차 판매 채널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존 대기업 가운데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곳은 화웨이와 샤오미 이외에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검색엔지 1위업체 바이두,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이 있다. 모두 각 분야의 수위기업인데 신 사업으로 전기차 분야를 꼽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팽창 덕분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중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25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6.6%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전체 차량 판매(2,097만대)의 12.1%나 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0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95만대로 전체의 4.6%에 불과했었다.
중국 정부는 공해방지 대책으로 매연이 없는 전기차 판매를 부추겼지만 최근 발생한 전력난으로 이런 추세는 주춤하고 있다.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클린 자동차’라는 전기차 이미지도 타격을 받는 것이다.
특히 중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을 위축되고 있어 문제다. 지난 10월 중국내 자동차 총 판매량은 233만대로 전년동월 대비 9.4% 하락했다. 지난 5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3.0%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10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다. (다만 1분기 판매량 급증으로 10월까지 작년동기 대비 누적으로 6.4% 증가했다)
올해 1~10월 전체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로는 1.5% 늘어난데 그쳤다. 전반적인 내수둔화에 반도체 부족까지 겹치면서 시장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확장도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도 이미 과열을 경고하고 있었다.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부장은 지난 10월 “전기차 기업 숫자가 너무 많은데 업체 규모가 작고 분산된 상태다”며 “기업 합병과 재편을 격려해 산업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