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10 대책으로 임대사업자 지위를 상실하고 다주택자가 된 사례가 늘면서 올해 이들에게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또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정부 장려에 따라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가 지난해 강제 말소되며 종부세 폭탄을 떠안게 되자 “더 이상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일부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시장에 대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3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임대사업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A 씨는 총 3채의 주택을 보유 중인데 지난해에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 2,230만 원을 내게 됐다. 7·10 대책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강제 말소돼 다주택자가 됐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피하려면 거주 중인 주택 1채를 제외한 임대주택 2채를 팔아야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데다 세입자 계약이 남아 있어 당분간 매도할 방법이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매수자가 곧바로 입주하지 않으면 매매 허가가 나오지 않아 세가 낀 매물은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C 씨 역시 임대사업자 지위를 상실하면서 종부세 부담이 급증한 케이스다. 그는 거주 중인 1채 외에 5채를 2005년부터 임대해왔는데 올해부터 다주택자가 돼 1억 300만 원의 종부세를 내게 됐다. 지난해 냈던 20만 원에서 무려 515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C 씨 역시 임대주택을 팔아야 하는데 5채 중 3채의 경우 재건축 아파트 조합이 설립돼 매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B 씨는 보유 주택이 사실상 거주 중인 1채지만 법적으로는 2채로 분류된다. 부모님이 거주하던 주택을 부친이 사망하면서 지분 24.9%를 상속받았기 때문이다. 상속 주택의 지분이 20%를 넘으면 1주택으로 간주된다. 졸지에 2주택자가 된 그는 지난해 45만 원의 종부세를 냈지만 올해는 340만 원을 내게 됐다. 그는 “징벌적 과세를 피하려면 거주 중인 주택이나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상속 주택을 팔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주택별로 지분이 나뉘어 있어 총 지분율이 100%가 되지 않음에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1,000만 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된 경우도 있다. 서울에 사는 E 씨는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50%를 소유 중이고 임대주택 1채의 지분 33.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을 합산하면 그가 소유한 주택은 약 0.8채로 1채도 안 되지만 올해 고지받은 종부세는 1,300만 원으로 지난해 300만 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탓에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 채 수천만 원의 세금 고지를 받는 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경으로 인해 시장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임대 사업 장려 정책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가 지난해 정책이 뒤바뀌면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