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가수] '솔로' 카이, 아직 놀라울 일이 더 남았다

그룹 엑소 카이가 11월 30일 솔로 미니 2집 '피치스'를 발매했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카이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있는 줄로만 알았더니 러블리한 매력까지 있다. 그룹 엑소의 메인 댄서인 만큼 퍼포먼스가 유려한 것은 물론, 보컬 음색까지 매력적이다. 그에게는 어떤 것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할 수 있는, 뚜렷한 무기가 있다.


카이는 지난달 30일 두 번째 미니앨범 ‘피치스(Peaches)’를 발매했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 데뷔 앨범 ‘카이(KAI)’를 발매한 지 딱 1년 만이다. 첫 앨범이 솔로 가수 카이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카이의 다면성을 부각하는 것이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갖고 싶어 하는 카이의 바람이 담겨있다.


‘피치스’는 카이의 스위트한 매력이 담긴 앨범이다. 이전 앨범이 다크하고 섹시한 분위기로 가득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강렬한 이미지의 수록곡 ‘도미노(Domino)’ 한 곡을 제외하면, 카이가 앨범 전반에서 한껏 힘을 뺀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가볍고 친근해진 느낌이다.


동명의 타이틀곡 ‘피치스’는 이제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카이의 러블리한 모습이 응축된 곡이다. 연인과 보내는 로맨틱한 순간을 복숭아에 빗대어 표현한 가사가 흥미를 이끈다. 복숭아의 달콤함을 맛본 순간 갖고 싶어지는 마음, 가진 순간 욕심과 나태함이 생기는 것과 같은 철학적인 교훈이 담겼다. 카이의 부드러운 음색,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보컬은 몽환적이면서 달달한 곡의 분위기에 딱 알맞다.



/ 사진=카이 '피치스' 뮤직비디오 캡처

뮤직비디오에서는 카이의 통통 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컬러풀한 세트장이 포인트인 뮤직비디오는 만화 영화 같기도, 동화 같기도 하다. 복숭아가 나타나는 부분에서 약간의 CG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세트와 소품을 적극 활용하며 재미있는 연출을 했다. 카이의 다양한 스타일링 또한 관전 포인트. 무릉도원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한복을 활용한 의상으로 동양미를 뽐냈다.


카이의 매력은 무대에서 배가 된다. ‘피치스’ 도입부에서 카이는 복숭아나무를 형상화한 댄서들 사이를 거닐며 연기하듯 퍼포먼스를 펼친다. 소프트한 곡 분위기와는 다른, 리드미컬하고 절도 있는 안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복숭아 열매를 따는 듯한 포인트 안무까지 곁들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카이의 여유로운 표정 연기까지.


카이의 달라진 모습은 넓어진 음악 스펙트럼을 의미한다. 엑소 활동에서 느낄 수 있었던 카이의 모습이 총체화된 첫 번째 앨범이 ‘가장 잘 하는 것을 갖고 나왔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이런 것도 잘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과 같다. 절제된 섹시미를 강조한 ‘음’,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이 밝고 신나는 ‘피치스’ 모두 카이의 모습이다.



/ 사진=카이 '피치스' 뮤직비디오 캡처

앨범 곳곳에 카이의 손길이 묻어있는 것 또한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솔로 앨범인 만큼 자신의 취향을 더 반영했다는 그는 곡 하나하나부터 뮤직비디오 기획 단계까지, 앨범 전반에 모든 의견을 냈다고. 그 덕분에 앨범의 색깔은 더 명확해졌고, 노래, 퍼포먼스, 스타일링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졌다. 자신의 작업물에 욕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티스트가 보여준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데뷔 10년 차 아이돌이지만, 솔로 가수로서는 이제 1주년을 맞이한 카이. 그가 보여줄 색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아직 그의 색깔을 정의하기에는 이르다.


“솔로 가수로서 정체성은 저도 찾아가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정말 많거든요. 정체성을 가진 순간 그것만 파고들 것 같아서, 언제나 저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싶어요.”(11월 30일 미니 2집 ‘피치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카이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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