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쪽짜리 '반도체 특별법'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생각보다는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국회의 반도체특별법 제정 움직임을 두고 한숨을 쉬고 있다.


올해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화두는 단연 ‘반도체’였다. 코로나19 이후 IT 기기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가 부족해져 공급망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의 주요 무기는 창과 방패가 아닌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칩이었다. 이에 세계 주요국은 파격적인 세제 정책으로 글로벌 칩 제조사를 안방으로 유혹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 행정부는 아예 자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도 민감한 기업 정보 제출을 요구하며 반도체 공급망 점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글로벌 트렌드를 감지하고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 대응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강국을 위해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초당적인 반도체 지원책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인들은 전례 없는 정부의 약속을 환영했다. 하지만 구호에 비해 관련 법안 제정 속도가 ‘늦어도 너무 늦어서’ 이들 기대가 한풀 꺾였다. 여당 반도체 특위 출범으로 올 8월이면 관련 법이 제정될 듯했지만 최근 와서야 겨우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일부 조항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반대 의사로 이마저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다. 그간 열악한 인력 인프라와 까다로운 건축 허가 절차 및 아쉬운 지원책은 늘 문제로 지적됐지만 국내에 최선을 다해 투자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영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ASML 등 세계적인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국내에 둥지를 트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 반도체인들은 국가의 아낌 없는 지원이 있다면 더욱 역동적으로 달릴 준비가 돼 있다. 국회와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화끈하고 재빠른 정책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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