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공포가 한풀 꺾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코스피가 지난주 반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을 비롯해 '네 마녀의 날' 등 대형 이벤트들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든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박스권 내에서 널뛰기 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08%(31.89포인트) 소폭 상승한 2,968.3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주 오미크론 등장에 따른 대유행 우려로 3거래일 연속 널을 뛰었고, 지난달 30일에는 올 들어 최저치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3거래일 연속 큰 폭의 반등을 이어갔고 다시 2,950선을 돌파, 3,000선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번 주 코스피의 투자심리를 되돌려 놓은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코스피를 1조 9,010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의 반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의 귀환에 투자자들은 내심 지난해의 ‘연말 랠리’를 다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미크론발 리스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3일(현지 시간) 진행될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점 역시 수급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12월 FOMC에서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뜩이나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출현한 상황에서 통화정책마저 긴축 방향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면서 증시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의 조정은 표면적으로는 오미크론이 원인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연준의 통화 정책의 급격한 변동성에 기인한다”며 “향후 테이퍼링 종료 시점과 금리 인상 시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2가지 지표가 발표된다는 점에서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전까지 연준이 내준 수수께끼에 증시는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가지수 선물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옵션과 개별주식 선물 등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 '네 마녀의 날'도 주목할만 하다. 일년 동안 3월과 6월, 9월, 12월 둘째 목요일에 발생한다. 올해는 세 번째 네 마녀의 날이 지나갔다.
통상 네 마녀의 날에는 주가가 요동칠 때가 많다. 특히 장막판 시간에 큰 변동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증시 하락을 가져오면 마녀가 심술을 부린다는 표현을 쓴다. 이 때문에 '마녀(파생상품)가 심술을 부린다'는 의미로 영어로는 '쿼드러블 위칭데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오미크론의 치사율 및 백신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큰 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은 2주 뒤로 예정된 남아공 연구팀의 감염력, 치사율, 백신 효과 등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관련 뉴스에 일희일비할 전망”이라며 “만약 치사율과 전파력이 모두 높고 백신 무용론이 확산되며 재차 경제활동 중단(락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주식 시장의 우려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밴드를 2,850~3,050선으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900~3,000선을 제시했다.
먹구름 속에서도 한국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점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P500이 11월 1%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1월 10%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며 상대지수가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스마트폰용 칩을 제조하는 퀄컴의 실적은 하드웨어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데 퀄컴의 실적이 예상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