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시장정상화의 출발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다주택자 보유기간 1주택의 2배
단순히 투기로 치부하기 힘들어
세금 중과 '전월세 붕괴' 초래할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완화는 다음 정부의 몫이라고 발을 뺐다. 강화된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인한 파장이 심상치 않은 시점에서 정치적 위기감으로 불쑥 터져 나온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기대가 남는 화두다. 지난 2020년 7·10 대책의 결과로 입법화된 다주택자에 대한 최고 세율 6%의 종부세, 12%의 취득세,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82.5%의 양도세는 정의가 아닌 악몽을 현실화하는 과세의 틀이다. 7·10 대책을 무리하게 입법화한 주체들이 그 숫자들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해온다.


먼저 다주택자들을 투기자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투기적인 행태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독일에서는 10년 이상 보유하는 경우 민간 임대사업자의 양도세를 면제한다. 국내에서도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경우도 포함해서 장기 보유에 대한 양도세 감면이 있었으나 폐지됐고 이에 더해 다주택자의 거주 주택도 다른 주택을 다 매각한 후부터 1주택자로서의 양도세 감면을 위한 보유 기간 산정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럼 1주택자들이 다주택자들보다 투기적인 성향이 약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최근 필자는 아파트 실거래 자료와 전월세 확정신고 자료를 연결해 서울시 아파트 보유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결과는 다주택자들의 소유 주택인 전월세 주택의 보유 기간이 1주택자의 자가 주택 보유 기간보다 2배 정도 길다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다주택자들은 관련 규제의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 보유 및 장기 임대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1주택자들이 양도세 비과세 조건을 활용해 자본 차익을 실현하려는 단기 매매가 상대적인 관점에서 많았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다. 이는 1주택자들이 투기자라는 얘기가 아니라 평균적인 다주택자들을 단순히 투기자로 치부하고 징벌적인 과세를 부과하는 선택이 합리적이지 못함을 말해준다.


그럼 7·10 대책에서 선택된 숫자들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전세로 3주택 이상을 임대하고 10년 뒤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다주택 임대사업자를 가정하자. 국내의 독특한 전세 임대의 경우는 안정적인 월세를 포기하고 자기 투자 금액을 줄임으로써 매각 시 발생하는 자본 차익을 그 대신으로 취하는 투자 행태다. 일단 주택 가액의 12%를 취득세로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종부세·재산세 그리고 지역의료보험과 같은 준조세를 포함해 연간 보유 비용을 2%로 가정하면 10년간 누적 20%다. 도합 32%의 비용은 시간적 기회비용과 가격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저평가된 숫자다. 해당 임대사업자가 이 총비용을 82.5%의 양도세를 납입하고 남는 자본 차익으로 충당해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183% 즉 3배에 가까운 누적 가격 상승률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격 상승은 보유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므로 이를 반복적으로 고려해 계산하면 결국 무한대에 가까운 불가능한 가격 상승률이 요구된다. 임대사업자의 유입이 불가능한, 결코 지속 가능한 과세의 틀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일정 규모의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 주택 시장은 지옥이다.


매매 시장에서 가격 급등의 문제를 공급으로 풀지 않고 다주택자 보유 주택의 매각 유도를 통해 풀겠다는 접근은 정말 근시안적인 선택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월세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장에 단기적으로 기름을 붓는 선택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전월세 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시장 정상화의 시작은 한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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