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 커진 ESG채권…1년새 20배 폭풍성장

기업 올 발행규모 14조 육박
현대차 1.5조 등 대기업 집중
중견·중기는 6,250억에 그쳐


국내 기업들이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위해 확보한 자금이 14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20배가량 급증했다. 현대자동차와 SK 등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성과가 속속 가시화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ESG 투자 확대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삼성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기업(금융 및 공공기관 제외)들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는 13조 7,400억 원으로 지난해(7,700억 원) 대비 20배 가까이 늘었다. 그간 기업의 ESG 채권은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이나 중소벤처진흥공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밀려 규모가 미미했지만 올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줄곧 1% 안팎에 머물던 ESG 채권 비중도 올해 20%를 넘었다.




ESG 채권은 발행 시 기업들이 자금 조달 목적을 친환경 사업이나 사회 문제 해결 등으로 명시하는데 주금공 및 중진공이 발행하는 MBS나 ABS는 주택 매입자나 소상공인 등을 돕는 사회적 성격이 인정됐다. ESG 채권은 신용평가사나 회계법인이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 사업의 적격성을 평가하고 ESG 인증 및 사후 검증도 맡아 관련 분야 투자가 아니면 다른 쪽으로 자금 전용이 어렵다.


ESG 채권 발행은 신용등급(AAA~AA)이 우량한 기아(000270)는 각각 4,000억 원과 3,000억 원을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해 전액을 친환경차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LG와 SK도 각각 ESG 채권 발행을 통해 1조 5,100억 원과 1조 4,48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으며 롯데그룹(1조4,000억원)과 현대중공업그룹(6,600억 원), 한화(6,300억 원), 포스코(4,200억원)가 뒤를 이었다. 15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삼성그룹은 삼성증권 금융채(1,000억 원)를 제외하면 ESG 채권 발행이 없었다.


특히 올해 ESG 채권을 발행한 기업 중 신용등급 BBB 이하는 전체의 5% 수준인 6,250억 원에 그쳐 중견·중소기업들의 ESG 투자 벽이 여전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로 중소·중견기업들에 ESG 경영은 규제나 인력 측면에서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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