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된 강성 노조…車·조선 노사관계 ‘비상등’[뒷북비즈]

현대차·현대중·한국GM 줄줄이 강성 노조 등장
車산업 전환기 속 내년도 노사관계도 ‘위태’

현대차 노조 9대 임원 선거에서 당선된 안현호 후보/사진 제공=현대차 노조



국내 주력 산업 현장에 연이어 강성 노조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원자재난 등으로 내년도 경영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높은 가운데 신임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의 갈등을 예고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현대차(005380) 노조 9대 임원(지부장) 선거 2차 투표에서 기호 4번 안현호 후보가 당선됐다. 전체 조합원 4만 8,749명 가운데 53.3%에 해당하는 2만 2,101명이 안 후보를 지지했다. 안 후보는 대부분 지역에서 함께 결선에 오른 권오일 후보를 제치고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는 강성 후보 간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안 당선인은 2위를 차지한 권 후보보다 더 센 ‘초강성’ 성향으로 평가된다. 금속연대 출신으로 현대정공 시절인 지난 1994년 구조 조정 반대 투쟁으로 해고되는 등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차 전환기를 맞아 강성 지도부가 ‘고용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향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등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정년 연장, 4차 산업혁명 관련 고용 대책 등 고용 문제에 더해, 상여금 전액 통상 임금 적용, 초과 근무 30시간 적용 완전 월급제 등 공약을 내걸었다. 벌써부터 최근 3년간 이어온 현대차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 행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GM 역시 강성 성향의 김준오 후보가 득표율 56.7%로 당선됐다. 지난달 예선에서 이미 강성의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면서 강성 노조 출현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김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전기차 등 신차 배정이다. 최근 내한한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GM 전기차의 한국 생산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만큼 노사간 대립구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아직 선거가 본격화하지 않은 기아(000270)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는 16~17일 1차 투표에서 총 3명의 후보가 맞붙는 가운데 2명이 강성으로 분류된다. 기아에도 강성 지도부가 들어서면 현대차그룹 내 강성 노선이 주류가 된다.


조선 업계도 강성 노조 위원장 당선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2일 진행된 현대중공업(329180) 노동조합 제24대 임원 선거에서 정병천 노조지부장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법인 분할)을 진행할 당시 임시 주주총회장 점거를 이끄는 등 강성 노조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 지부장은 기본급 중심 임금 인상, 사무직 포괄 임금제·성과급 폐지, 정년 연장, 하청 (노조) 조직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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