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화이자의 부스터샷이 오미크론 변이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며칠 전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통제가능할 것이라는 분석 아래 움직여온 탓인지 이날 오전에는 되레 지수가 하락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만 결국 상승 마감했지요.
이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도 탄탄할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내년 금리인상이 꼭 증시하락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는 얘기가 월가서 나오는데요. 추가로 물가대응 타이밍을 놓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 신뢰를 잃고 있어 이러다 과잉 대응에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연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대목인데요. 오늘은 연준을 둘러싼 신뢰도 논쟁과 내년 시장 전망,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 관련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중앙은행의 생명은 신뢰입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중앙은행이 시장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 정책 약발이 듣지 않게 됩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인플레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쳐도 아무도 믿지 않고 임금과 제품가격을 경쟁적으로 올리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월가와 미 언론에서 이 신뢰도에 대한 얘기가 대놓고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이날 “파월의 정책전환은 연준의 정책 신뢰도(credibility)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정책이 꽤 예측불가능하고 (연준의 전망이) 신뢰할 수 없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준은 신뢰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해오던 연준이 드디어 과오를 시인하고 이 말을 쓰지 않기로 했죠. 그러면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요. 조셉 라보르나 나티시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FOMC도 예측은 어렵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시장 관점에서 보면 연준은 고점에서 매수하고 저점에서 매도했다. 앞으로 신뢰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정책당국은 매우 곤혹스러워집니다. 이미 물가대응에 늦었다는 인식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금리를 인상했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더 빨리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지요.
특히 경기가 둔화하는 과정이라면 내년에 말을 또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연준은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금리를 올렸지만 다음해의 경기둔화에 톤을 바꿔야만 했는데요. 라보르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계속해 인플레를 임시적이라고 과소평가했던 연준이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과대평가하고 잘못된 시기에 긴축을 하는 실수를 하고 있다”며 “만약 지금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꺾인다면 연준은 내년에 물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내년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전후해 “연준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경우 연준은 매우 까다로운 상황을 맞게 됩니다.
여론이 갈리고 전문가들의 질책이 계속되고 의회의 공격이 이어지면 연준도 갈팡질팡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 또 시기를 놓치면 더 큰 재앙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예측에 불과하지만 신뢰도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금리인상 방정식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음을 뜻하지요.
물론, 연준의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가 계속해서 전 세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게 더 충격적”이라고 했습니다. 즉, 연준 탓이 아니라 상황이 워낙 어렵다는 얘기죠. 이어 “앨런 그린스펀 시대의 연준은 시장이 늘 연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추측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투명하게 금융지원에 맞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이와 별도로 내년 금리인상에도 증시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는데요.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말 S&P500 전망치를 기존의 5,000에서 5,200으로 올렸습니다. 간단히 연준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건데요. 크레디트스위스는 “우리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전통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증시는 잘 해왔다. 연준의 정상화 정책은 경기회복의 중간지점쯤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금리인상으로 투자자금이 증시에서 채권으로 빠져나갈 수 있지만 금리인상 자체가 미국 경기가 좋다는 의미이며 기업들의 수익이 괜찮을 수 있기에 증시에서 호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4번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보면 첫번째 인상 전 12개월 간 S&P는 9.5%의 수익률을 냈는데 그 뒤 3년은 26%라고 합니다.
현재 월가는 내년 5월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그 확률이 57%인데요. 내년 말까지 3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날 60%를 넘었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최초 금리인상 전망 시점과 횟수는 시장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빠르게는 3월, 아니면 5월이나 6월 혹은 7월에 첫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많고 전체적인 횟수는 2회 아니면 3회 정도입니다. 3회는 너무 많다고 보는 이들도 상당합니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갑니다만 연준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측면이 있는데요.
크레디트스위스의 선임 주식 전략가인 패트릭 팰프리는 “첫 번째 금리인상 시점 전망은 의미있을 정도로 당겨지지 않았다. 그것은 (5월로) 한 달 정도 움직였다”고 한 반면 데이비드 비앙코 DWS 그룹의 미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년 6월에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것을 포함해 2번 인상할 것이다. 2023년에는 네 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달리 내년에 세 번을 점치는 쪽도 있죠.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짐 카론 채권팀 수석 전략가는 “최근 2년의 상황을 볼 때 우리는 내년에 3번의 금리인상을 책정해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미크론에 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한동안 오미크론이 시장과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요소였는데 이제 갈수록 대응가능한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요.
이날도 보다 명확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화이자의 부스터샷을 맞으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중화항체가 기존 2회 접종 때보다 25배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세 번째 백신을 맞은 지 한 달이 지난 접종자의 혈액으로 실험해 본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부스터샷의 예방효과는 당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접종효과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처음에 화이자는 백신의 예방효과가 95%라고 했었죠. 이는 부스터샷을 맞으면 사실상 오미크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2번 맞은 사람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을 때보다 중화항체가 40분의 1로 감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었지만 부스터샷 소식으로 상쇄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 2회만 맞은 사람은 오미크론 변이에 뚫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중증으로 가는 것은 막아준다고 하네요. 현재로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미크론에 특화한 별도의 부스터샷을 만들 이유는 적어 보입니다.
물론 왜 계속해서 돌파감염이 생기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상당히 높은 확률로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의미가 있지요. 대응 도구가 있으면 경제는 셧다운 할 필요가 없고 관리를 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도 리스크를 제거(셧다운)해야 하는 것과 관리할 수 있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인데요.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우리는 오미크론을 다룰 수 있는 도구가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네번째 부스터샷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오미크론 변이에 네번째 부스터샷이 더 빨리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당초 그는 세번째 부스터샷 이후 12개월이 지나면 네번째 샷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었습니다. 오미크론 때문에 그 일정이 당겨지는 건데요. 이는 앞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코로나가 계절독감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 세번째, 네번째 부스터샷 얘기가 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에 대한 부분도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중은 11%에 불과합니다. 선진국은 80~90%인데요. 아직 코로나와의 싸움의 완전한 끝은 멀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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