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빅브라더’ 美 팔란티어, 현대오일뱅크 주주됐다

2,000만 달러 규모 주식 인수계약 체결
석유화학·수소 신사업 가치 높게 평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협력 추진 계획



미국 국방부, 프랑스 정보부 등을 고객으로 둔 미국 빅데이터 분석 유니콘 기업 ‘팔란티어’가 현대오일뱅크에 2,0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투자해 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는 팔란티어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2,000만 달러(약 240억 원) 규모의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각했다고 9일 밝혔다.


팔란티어는 여러 곳에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시스템을 제공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돕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주요 고객은 미국 국방부, 프랑스 정보부 등 국가기관과 에어버스, 머크, 페라리,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다.


팔란티어는 현대오일뱅크의 미래 가치에 배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수소 등 신사업의 가치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팔란티어는 현대오일뱅크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도 구축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팔란티어와의 협업을 통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스마트공장 등 모든 업무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팔란티어와 협력은 현대오일뱅크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직원, 고객, 협력사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를 변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2022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연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팔란티어와 현대중공업그룹 간 협업은 이번이 두번째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9년 국내 기업 처음으로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40여 년간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통합, 연결 및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협업 플랫폼(DI 360)을 구축했다.


팔란티어는 일반 대중을 고객으로 삼지 않기에 2004년 창업해 업력이 20년에 가까운 데도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작년 매출은 10억 920만 달러(약 1조 1,471억 원)다.


팔란티어 창업자는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로, 각각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틸은 페이팔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다. 9·11 테러를 계기로 “서구 민주주의 사회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팔란티어를 창업했다. 카프는 독일에서 사회이론 박사학위를 취득한 직후 스탠퍼드대 로스쿨 동기생인 틸의 제안을 받아 팔란티어에 합류했다. 회사 이름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천리안을 가진 마법구슬 팔란티어에서 따왔다.


팔란티어의 첫 외부 투자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다. CIA의 벤처캐피털 인큐텔에서 200만 달러를 투자받아 반테러리즘 활동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 육군에도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팔란티어의 기술 덕분에 전장에 매복해 있는 적군과 폭탄을 미리 파악하고 피할 수 있게 돼 육군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민국, 보건국 등 여러 미 정부기관이 고객으로 추가됐다. 프랑스 정보부도 2015년 11월 파리 테러 공격 이후 팔란티어 솔루션을 도입했다.


팔란티어의 제품은 크게 두 가지다. 국방 및 수사기관을 위한 고담(Gotham)과 민간기업을 위한 파운드리(Foundry)로 나뉜다. 팔란티어는 2014년 민간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150여 개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금융회사는 자금세탁 방지에, 제약사는 신약 개발 촉진에, 자동차 제조사는 더 빠르고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데 팔란티어 솔루션을 활용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팔란티어는 맹활약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코로나바이러스 추적에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미 전역의 백신 유통 네트워크 구축에도 팔란티어 기술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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