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국내 자산운용 업계에서 ‘ETF(상장지수펀드)의 아버지’로 불린다. 지난 2002년 국내에 ETF를 첫 데뷔시킨 주인공이자 여러 상품을 히트시키며 시장을 이끌어 오고 있다. 덕분에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수 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의 데뷔작 'KODEX200 ETF'는 자산 규모가 5조905억원으로 커져 국내 최대 주식형 ETF 상품으로 성장했다. 올해 국내 ETF 시장은 폭풍 성장을 하며 70조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다양한 ETF 상품이 출시에 힘입어 몸집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기존의 상품 한계를 뛰어 넘는 테마형 ETF가 시장을 주름잡으며 급성장 중이다.
배 부사장이 ETF를 쉽게 도입한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복제하는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도 팔리지 않았다. 펀드 매니저가 투자 종목을 직접 고르는 액티브 펀드가 시장을 휩쓸고 있던 시기였다. 그는 금융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ETF시장 골격을 만들고 2002년 10월 국내 처음으로 ETF를 데뷔시켰다.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레버리지, 인버스,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상품을 깔아두기 시작했다. 배 부사장의 전략은 특히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지며 증시가 출렁거리자 인버스와 레버리지, 곱버스 ETF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를 시점으로 ETF 대중화가 이뤄졌다.
배 부사장은 ETF 인기의 원인을 한국 증시가 매니저 만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비효율적 시장에서 벗어난 덕분으로 분석했다. 소수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만이 알고 있는 내부 정보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아울러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개인들의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섹터, 시장, 스타일의 ETF 상품을 출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 부사장은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해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이 때문에 기후변화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 5세대(5G) 투자 등이 활발해 지는 것”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