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10쌍 중 9쌍은 빚을 안고 결혼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집을 산 부부는 30%도 안 됐다. 무주택 부부일수록 아이를 안 낳는 경향은 더 짙어졌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0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 중 금융권 대출 잔액이 있는 부부는 전체의 87.5%로 조사됐다. 전년 85.8%보다 1.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대출 잔액 중위값(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값)은 1억 3,258만 원으로 전년(1억 1,208만 원)에 비해 18.3% 늘었다. 대출 잔액 중앙값이 커지는 것은 전체 대출 잔액 규모도 불었다는 의미인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대출 잔액을 구간별로 나눠 봐도 신혼부부의 대출 부담이 커졌다는 게 확인된다. 대출 잔액이 있는 신혼부부 중 잔액이 3억 원 이상인 부부 비중은 13.4%로 전년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잔액이 2~3억 원인 부부 비중은 3.5%포인트 늘었다. 1~2억 원인 부부는 0.2%포인트 증가했다.
빚은 늘었는데 정작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줄었다. 초혼 신혼부부 중 1명이라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부부는 42.1%로 전년(42.9%)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집값이 가파르게 뛰어 대출로도 집을 못 사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결혼 1년 차에 집을 갖는 부부는 29.7%에 불과했다.
주거 부담은 신혼부부의 자녀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 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비율은 48.9%로 주택이 있는 부부(38.6%)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무주택 부부와 유주택 부부의 무자녀 비율이 각 43.6%, 33.3%임을 감안하면 주택 보유 여부가 신혼부부의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