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방역 조치도 다시 강화됐지만 물가 관련 파급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9일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향후 정책운영 방향에 대해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발표된 보고서와 동일한 표현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 8월과 11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1.0%로 조정했다. 이어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도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코로나19 전개 상황이나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완화 속도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각국 중앙은행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은이 15개 선진국과 19개 신흥국 등 주요 34개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국 국내총생산(GDP)로 가중평균해 추산한 결과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이후 지속적으로 5%를 웃돌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 폭 확대는 공급 차질 등에 따른 수급불균형 현상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충격이 더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세계와 등 구조적 저물가 요인들의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등이 장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지목했다. 우리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올랐을 때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000~2007년 0.1%포인트에서 2010~2021년 0.26%포인트로 높아졌다. 한은은 당초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3%로 예상했으나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하자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한은은 주택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가계대출 수요도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상승폭 자체가 여전히 장기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나 금리 상승,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오름세가 소폭 둔화하고 매수심리도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주택전세가격은 전월세 신고제 시행, 보유세 부담 등에 따른 매물 부족 등으로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상승률 및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추세의 지속성과 강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