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전환이 이뤄지면 고객 맞춤형 생산이 확대됩니다.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동 유연성’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거죠.”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의 변화에는 그에 걸맞은 사회적 인식과 관행·법률 등 제도 전반의 변화가 요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에 대해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유럽연합(EU)의 순수 전기차 점유율은 오는 2030년까지 최대 3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기술도 2027년 이후에는 레벨 3~4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 회장은 “효율화된 친환경 내연기관 차량과 더불어 전기차·자율주행차, 무선업데이트(OTA) 기반의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이 일어나면서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혁명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 관련 제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30% 이상 적다. 조립 과정이나 차량 판매 후 유지 보수 등도 간단해 투입되는 노동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는 “노동 경쟁력이 약화되면 생산성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방한한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도 노동 유연성과 생산성 등 노동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 유연성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도급’을 활용하는 방안을 꼽았다. 정 회장은 “정규직만으로는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도급직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들은 도급 활용이 제도적으로 폭넓게 보장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파견 근로 대상에 대해 금지되는 업무만 정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파견 근로 기간도 최장 3년까지다. 독일 역시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상을 규제하며 기간은 연속 18개월까지이나 노사 합의로 연장이 가능하다. 미국은 아예 관련 제한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32개 업무 외 파견 근로가 불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대한 파견 근로도 법률상 금지돼 있다. 정 회장은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조선 등 다수의 기업이 도급 운영에 있어 불명확한 법규와 해석으로 사법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 파견 판단을 받는 등 위험이 적지 않다”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적어도 정상적 도급에까지 불법 파견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최근 한국GM이 생산 도급 근로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에 협의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협의 제안은 도급직과 관련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경영 정상화 계획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노사가 함께 현명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