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리스트(아쿠쉬네트), 캘러웨이와 함께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로 꼽히는 '테일러메이드'는 올해 한국의 사모펀드 운영사(PEF)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번 딜은 글로벌 골프 업체 중 최대 규모여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만으로 세계적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도 평가를 받았지만 인수를 주도한 PEF가 올 해 설립 6년차로 업계의 ‘앙팡테리블’로 부상해 화제를 모았다.
맥쿼리증권 출신인 정진혁 대표가 이끄는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PE)가 세계 골프업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대표와 운용 인력도 30대가 주축인 센트로이드PE는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포함해 지금까지 9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코오롱화이버와 웅진북센 등 ‘카브아웃(대기업이 매각하는 자회사나 사업을 인수)’ 거래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테일러메이드 인수로 센트로이드PE가 국내 M&A시장에서 거머쥔 타이틀은 화려하다. 센트로이드PE는 지난 5월 테일러메이드 지분 100%를 17억1,000만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골프 브랜드 거래 중 최대 규모다. 2011년 성사된 휠라코리아의 타이틀리스트 인수 가격(12억2,500만 달러)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테일러메이드는 지난 11월 국내 골프공 업체인 낫소 골프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는데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포석이었다.
특히 국내 PEF가 처음 성사시킨 조(兆) 단위의 글로벌 기업 인수라는 측면도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센트로이드PE는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지 않은 채 테일러메이드 인수 자금 모집을 진행했는데 국내 PEF 업계의 관행과는 사뭇 다른 톡특한 행보였다.
센트로이드는 다양한 SI가 테일러메이드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문을 열어 놓고, MG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국내 공제회와 중앙회 등 기관 투자자들이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구조를 만들어 LP(유한책임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였다.
센트로이드의 테일러메이드 인수는 한국 자본 시장의 경쟁력을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재확인시키며 내년에 보여줄 또 다른 ‘비상(飛翔)’을 기대하게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