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주 사적 모임 규모를 줄이고 다중이용시설 운영 시간을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꺼낼 가능성이 커졌다. 나흘 연속 사망자가 50~60명씩 쏟아지고 있고 위중증 환자 증가로 현재 의료 대응 체계가 붕괴 직전에 다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대를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지난 6일부터 시행한 방역패스 확대나 사적 모임 인원 축소 등 조치의 효과를 기다린 정부가 뒤늦게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음 주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는 정부의 ‘늑장 대응’에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확산세가 더 꺾이지 않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다음 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통제관은 다만 “지난 금요일 발표한 추가 방역 조치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6일부터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은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하고 식당·카페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했는데 이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차주까지 분석해보고 특단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사적 모임 허용 인원 수를 4명으로 축소하고 식당·카페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거나 유흥 시설 등에 대한 집합 금지를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행하면서 집중 관리하겠다고 강조한 사망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53명으로 최근 1주간(12월 4~10일) 사망자는 391명이다. 직전 주(11월 27일~12월 3일) 사망자 299명보다 92명, 4주 전(11월 6~12일) 115명보다 276명 늘어났다. 위중증 환자도 이날 852명으로 지난 8일부터 사흘째(840명→857명→852명) 800명대를 기록했다.
의료 대응 체계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서울 87.8%(361개 중 317개 사용), 인천은 89.9%(79개 중 71개 사용), 경기 82.0%(366개 중 300개 사용)로 수도권 가동률은 85.4%다. 정부는 수도권 내 병상 배정이 어려울 때는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하고 있지만 일부 비수도권은 포화 상태다. 경북에 남은 병상은 하나도 없고 세종·강원·충북에는 남은 중증 병상이 1개, 대전은 2명의 중환자만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환자는 1,258명으로 전날 1,003명에서 255명 증가했다. 병상 대기자의 40.0%인 503명은 70세 이상 고령자이며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60.0%인 755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 현장은 엉망”이라며 “투석 환자들은 갈 곳이 없어 몇 시간 방치돼 있고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서 병원 이송을 해야 하는 환자도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특단의 조치를 시행해도 늦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시간을 끌수록 사망자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의료 체계의 회복 속도도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한 빨리 모임 인원과 영업 시간을 제한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의 협조만으로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단계적 조치 대신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며 “사망자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으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격렬한 저항으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금 결정 내리지 못하면 무구한 피해자들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