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10일 본격 시행되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잇달아 관련 조치들을 내놨지만 정작 문제의 발단이 된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 해외 서비스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따라 전날부터 각종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적용했다. 불법촬영물 등이 게재되지 않도록 막는 동시에 검색 결과에도 나오지 않도록 제한한 것이다. 또 게재이용자 신고·삭제 요청 기능을 마련했다. 네이버는 “등록되는 콘텐츠에 대한 특징정보를 추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불법촬영물 등 특징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한다”며 “이를 ‘불법촬영물 등 DNA 필터링’이라 부르며 심의위 DB와 일치할 경우 해당 콘텐츠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조치된 게시물은 네이버 서버 내에서 완전히 삭제되며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는 네이버 내 모든 서비스의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카카오(035720)도 이용자가 불법촬영물을 신고하는 기능을 마련하고 삭제 요청을 처리하기로 했다. 카카오톡 채팅의 경우 1:1 대화는 적용되지 않고 복수의 이용자가 참여한 그룹 오픈채팅방에 대해 새 규정이 적용된다. 동영상, 움직이는 이미지, 압축파일 등이 모니터링 대상이 되며 식별 및 게재제한 조치는 내년 6월 9일까지 6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둘 예정이다. 카카오는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에 대한 사전 경고 조치와 함께 관련 로그기록을 보관할 방침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이번에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은 국내 연매출 10억 원 이상, 일 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관리·감독하고 조치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터넷 망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실상 모두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법 통과 당시부터 사전 검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유해한 콘텐츠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부터 문제 영상을 걸러내는 필터링 기술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서다. 민간 플랫폼 기업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여해 오히려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실제 N번방 사건에서 유통경로가 됐던 디스코드나 텔레그램은 규제 대상에서 쏙 빠졌다. 두 서비스 모두 운영 업체가 국내에 없어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두 서비스는 ‘일반에게 공개된 유통 정보’에 해당되지 않아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N번방 방지법의 실효성 논란에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번방 방지법 시행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N번방 방지법은 기준의 모호함으로 헌법상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당 차원에서 적극 재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