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005930)의 목표가 하나씩 구현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퀄컴과 AMD를 잇따라 고객사로 품으며 반도체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MD는 내년 양산 예정인 크롬북 중앙처리장치(CPU)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체이스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이 소식은 AMD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새로운 파트너로 낙점해 더욱 주목 받았다.
반도체 생산 공장이 따로 없는 AMD는 그간 한때 지분을 보유했던 글로벌파운드리(GF)를 주로 활용하다 초미세 공정인 7㎚ 이하 칩이 필요한 시기부터는 TSMC에 전량 맡겨왔다. AMD가 삼성전자를 새 파트너로 선택한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초미세 공정 생산 역량을 갖춘 곳이 삼성전자와 TSMC 두 회사뿐이라는 점,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역량 확장이 쉽지 않은 TSMC는 추가적인 제품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사항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년간 삼성전자가 쌓은 초미세 공정 기술력이 인정받은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
퀄컴도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5㎚ 공정으로 생산한 ‘스냅드래곤888’로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스냅드래곤888플러스’ ‘스냅드래곤8 1세대’까지 삼성전자에 맡겨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업계는 삼성전자와 TSMC가 퀄컴 신규 스마트폰 칩셋을 나눠 생산할 것이라고 점쳤지만 전량 생산 업체로 삼성이 낙점되며 양사 간 밀월 관계는 더 깊어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자사 시스템LSI와 퀄컴·AMD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애플과 미디어텍을 고객사로 둔 TSMC와 맞서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2022년 상반기 “경쟁사보다 먼저 3나노 1세대 공정을 활용한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파운드리 대전에 참전을 선언한 TSMC나 인텔보다 한발 앞서나간 기술적 우위를 증명할 계획인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신공장과 평택 등에 생산 라인을 추가해 2026년까지 파운드리 생산 역량을 3.2배 이상(지난 2017년 대비) 끌어올려 초미세 공정 기반의 칩을 원하는 고객사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계획이 시장 흐름에 맞춘 당연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초미세 공정으로만 만들 수 있는 칩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25년 글로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 시장에 대해 초미세 공정으로 생산하는 7㎚ 또는 6㎚ 칩이 전체 출하량의 41%, 5㎚와 4㎚ 칩이 15%로 과반 이상을 점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초미세 공정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외연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도 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초미세 공정이 아니면 첨단 스마트폰에 들어갈 고성능·저전력 모바일 AP를 만들어내기 어렵지만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2~3년간 삼성전자와 TSMC 두 회사가 이 시장을 두고 계속 경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