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통화정책 수장인 인민은행 총재와 관련해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시 주석의 중학교 동창이자 ‘경제 책사’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이 경제 부총리와 인민은행 총재를 겸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를 총재로 전격 승진시켰다.
1958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이강은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디애나대에서 6년 동안 경제학을 강의한 뒤 종신 교수까지 제안받았지만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강은 이후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와 베이징대에서 중국경제연구중심을 설립했다. 그는 1997년 학계를 떠나 인민은행 통화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외환관리국장을 역임하고 2008년 부총재에 올랐다. 그를 누구보다 총애한 사람은 왕치산 국가부주석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였던 왕치산은 미중 경제장관회의 때마다 이강을 대동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전문성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개방론자인 이강은 서방국가와 호흡이 잘 맞았다. 중국 정부가 15년 동안 인민은행 최장수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의 후임에 이강을 기용한 것을 보면 그의 능력이 얼마나 높이 평가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9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신용 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강등한 가운데 이강 총재가 “시장 원칙과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대마불사’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울러 “헝다 같은 개별 부동산 기업의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자신했다. 하지만 연쇄 지급 불능 사태로 번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192억 달러 규모의 달러 채권 변제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채권을 지닌 일부 금융회사들이 유탄을 맞으면 시장은 재차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당국과 금융회사도 중국 부채 문제의 후폭풍에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내년 3월로 상환 유예된 200조 원 이상의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한 부실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 구조 조정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