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쪼여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새롭게 개발됐다. 햇빛 받은 식물잎이 광합성을 하듯 광전극이 과산화수소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복잡한 화학공정을 대신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욱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과산화수소 생산 광전극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태양에너지를 받아 물 속에서 환원된 산소가 물과 반응해 과산화수소가 되는 원리다. 광전극 표면에서 이러한 반응이 일어난다. 이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태양광 과산화수소 전환 효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물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를 썼음에도 내구성이 좋다.
공업 원료인 과산화수소는 수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도 꼽힌다. 농도 60%의 과산화수소수는 압축된 수소 보다 단위부피당 낼 수 있는 에너지가 크고, 액상이라 저장과 수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과산화수소를 대량 합성하는 공정은 복잡하고 귀금속과 유기물질을 사용해 비용문제와 더불어 안전 문제가 있다. 대안으로 인공광합성 기술의 하나인 광전극 과산화수소 생산방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광흡수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광전극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장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를 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금속을 이용해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광전극 시스템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잘 흡수해 전하를 많이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물에 쉽게 분해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상태의 금속으로 페로브스카이트, 시트 형태 산소환원 촉매 등을 같이 둘러싼 뒤 이를 다시 굳히는 방식으로 광전극을 만들었다. 철 등을 비롯한 여타 금속이 수백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는 것과 달리 필즈금속은 녹는 온도가 63도로 매우 낮아 이러한 설계가 가능하다.
이 금속은 페로브스카이트가 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페로브스카이트와 산소환원 촉매 사이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또 본래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의 특성으로 인해 페로브스카이트가 빛을 받아 만든 전하가 전극 표면에 노출된 산소환원 촉매에 잘 전달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전극 시스템은 외부 전압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과산화수소 생산 반응을 할 수 있다. 광전극과 전압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물 산화촉매를 산소환원 촉매와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과산화수소로 바꾸는 효율도 최대 1.46%를 기록했다. 이는 자연 광합성의 일반적 효율인 1%도 넘어선 최고 기록이다. 또 시스템 내의 산소환원 촉매를 질소환원 촉매나 이산화탄소환원 촉매로 바꾸면 암모니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부가 가치 물질 생산에도 쓸 수 있다.
장지욱 교수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물에 취약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광촉매의 불안정성을 대폭 개선했다”며 “개발한 기술은 과산화수소를 비롯한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연료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1월 17일자로 공개됐다. 라쉬미 메흐로트라(Rashmi Mehrotra) UNIST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 오동락 UNIST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