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험마저 잇단 공정성 시비…청년들 "박탈감에 힘 빠진다"

■추락하는 국가시험 신뢰도
초등임용 응시자 문제유출 제기
靑게시판엔 '수사 요청' 글까지
세무사·수능서도 공정성 논란
"노력 과정 결과로 보상 받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목소리

/연합뉴스

초등교사 임용 시험뿐 아니라 세무사 시험에서 발생한 세무 공무원 특혜 의혹,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 등의 일련의 사태가 겹치면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은 장기간 준비를 해야 하는 국가시험들이 잇따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무엇이 공정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특별시 교육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초등교사 임용 시험 응시자들은 22개 문항 중 7~8개에서 출제 소재가 겹치고 핵심 키워드가 동일하게 등장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문제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시험 범위가 방대한 임용고시의 특성상 상당수의 문항이 해당 교대 모의고사 출제 내용과 유사하게 출제되면서 형평성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교대에 재학 중인 나 모(25) 씨는 “교사의 꿈을 가지고 교대에 들어온 학생들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평생 꿈꿔왔다”며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시라는 관문에서 부조리한 일이 일어난 것이 많이 속상하고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등 임용을 본 지인들도 큰 박탈감을 느끼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험생들의 불만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초등 임용고시 문제 유출 논란, 공론화와 정확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에는 17일 오후 3시 기준 5,6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특정 교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실제 시험과 유사성이 높은 모의고사를 지원받는 것은 공정성에 심히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내년 2월 실시되는 공인회계사시험(CPA)을 준비 중인 이 모(26) 씨는 “내가 치르는 시험에서 문항 유출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면 아득하다”며 “연달아 여러 시험이 논란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침해당하는 것이 남의 일만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계속해 든다”고 말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다른 20대 학생도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준비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시험인데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로 준비하는 입장에서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올해 세무사 시험에서도 세무 공무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응시생의 80%를 과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공정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월 실시된 세무사 2차 시험 과목 중 세법학 1부 응시자 3,900여 명 가운데 82%인 3,254명이 100점 만점에 40점을 밑돌며 과락 처리됐다.


하지만 세무 공무원 경력자들은 해당 과목 응시가 면제되자 ‘세무 공무원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난이도 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전체 합격자 중 20년 이상 근무한 세무 공무원 비율은 지난 5년간 3%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는 7배가 넘는 21%를 기록했다.


임용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모두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평가원은 “너무 보편적이고 기본적이라 문제 유출 논란의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문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세무사 시험에 국세청이 관여하는 바 없고 출제 위원은 기존 풀 내에서 무작위로 선정해 제3자의 개입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카페를 만들어 점수를 인증하며 소송 준비에 나서는 동시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국회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트럭 시위를 주도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50~60대 고위직 세무 공무원은 지난해 대비 9배 대거 합격했으며 20년 이상 근속 공무원 면제 과목은 과락률이 무려 82%에 달했다”며 “(시험 당일) 200여 명 청년들의 꿈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최근 논란에 대해 사회로 나가는 첫 관문부터 공정성을 확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사회 진출의 첫걸음부터 불공정한 사회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청년들의 박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질 것”이라며 “청년 수험생들이 열심히 노력한 과정의 결과를 공정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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