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는 북미와 남미를 잇는 통로로서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니카라과·코스타리카·파나마·도미니카공화국·벨리즈 등의 국가를 포함한다. 이 지역은 총면적 약 52만㎢, 인구 약 6,000만 명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지리적·경제적 요충지다. 코로나19 이후 ‘리쇼어링’ 후보로도 주목 받고 있다.
중미는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있어 전략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중미 북부 3개국(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의 미국행 불법 이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향후 4년간 2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발표했다.
필자가 현재 대사로 근무 중인 온두라스는 중미 지역에서도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접하는 지리적·전략적 요충지로서 ‘중미의 숨은 별’이라 불린다. 세계 5대 커피 수출국이자 마야 문명 유적지인 코판(Copan), 스노클링 애호가에게 유명한 로아탄(Roatan)섬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온두라스와 1962년 국교를 수립한 이래 전통적 우방국으로서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 등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 온두라스는 민주주의·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며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우리를 지지해왔다. 또 2000년 이후 두 명의 온두라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고, 2007년에는 주온두라스 대사관이 개설됐다.
양국은 재난 대응, 통상·투자, 개발 협력 등 다방면에서 협력 중이다. 지난해 온두라스가 코로나19와 두 차례의 허리케인으로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큰 피해를 봤는데 우리는 마스크, 유전자증폭(PCR) 검사 키트 등 100만 달러 상당의 현물과 허리케인 인도 지원금 50만 달러를 온두라스에 전달했다.
한편 2018년 2월 온두라스를 포함한 중미 5개국과 한·중미 FTA를 체결해 교역 및 투자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2019년 12월에는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 본부를 두고 있는 중미통합경제은행(CABEI) 회원국으로 아시아에서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입해 우리 기업의 중남미 인프라 사업 진출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온두라스는 기후변화 및 재난 대응에 관심이 높은 만큼 우리 정부의 ‘친환경·디지털 뉴딜 정책’과도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온두라스의 대표적 관광 도시 라세이바의 스마트시티 구축, 전자정부 추진, 친환경 에너지 사업(태양광) 및 친환경 대중교통 도입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최근 파나마운하 적체의 대안이자 태평양·대서양을 잇는 새로운 물류 통로로서 남부 태평양 연안 아말팔라섬에 대규모 항만 건설을 추진 중인데 우리 기업 진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문화·인적 교류 측면에서도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특히 대사관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한류 콘텐츠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유튜브 채널 ‘K-푸드(Food) en Honduras’를 론칭해 60여 개 이상의 한식 요리를 스페인어로 소개한 바 있다. K팝, E스포츠, 한국 웹툰, 한국 화장품 등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또 온두라스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모범적인 K방역에도 높은 관심을 보여 이를 모멘텀으로 양국 간 중장기적인 보건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우리가 중미 최초로 한국형 특수주사기(LDS)를 온두라스에 수출한 것은 이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 하겠다.
우리 대사관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친환경·보건 등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발굴해 나아갈 것이다. 아울러 내년은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로 온두라스와 협력해 각종 문화 및 수교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