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춤추는 팀에게 “무대를 잘한다”는 말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그룹 아이브(IVE)의 무대는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로 꽉 차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멤버들 간 조화는 물론, 각자 개성까지 드러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완성형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던 아이브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브(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는 지난 1일 데뷔 앨범 ‘일레븐(ELEVEN)’을 발매했다. 앨범명은 축구에서 최고로 활약한 선수들을 베스트 일레븐으로 꼽는 것 같이, 가요계의 베스트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긴 것이다. 아이브의 정체성인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이 잘 묻어난다.
동명의 타이틀곡 ‘일레븐’은 아이브의 신비롭고 다채로운 색깔이 강조된 곡이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환상적인 마음이 표현됐다. 자신도 처음 느끼게 된 여러 가지 마음에 놀라워하고, 사랑에 빠진 그 순간의 자신마저 사랑하게 됐다는 내용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엑소, 레드벨벳, 오마이걸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쓴 서지음 작사가가 아이브의 주체성을 살려 쓴 가사가 귓가를 사로잡는다. MZ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목표인 아이브가 그 나이 때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일레븐’은 리듬의 변주가 특징인 곡이다. “곡 전부가 킬링 포인트”라고 할 만큼, 쉴 틈 없이 분위기가 변한다.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멜로디가 이어지다가 비트가 느려지면서 시선 확 끌어당기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다시 비트가 빨라지면서 이들의 에너지가 더 두드러진다.
아이브의 무대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퍼포먼스의 비중이 가장 크다. 쉴 틈 없이 변하는 분위기만큼 안무도 꽉 찼다. 6명의 멤버들이 함께 삼각형, 사선 등 다양한 대형을 만들고, 바닥을 활용하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손가락으로 숫자 7을 그리고 엄지를 깨무는 안무, 비트가 느려질 때 볼을 튕기다가 화살 당기면서 비트가 빨라지는 것을 표현한 포인트 안무 등은 핵심이다. 여기에 멤버들의 임팩트 있는 표정 연기가 한몫한다. 다소 과장돼 보일 수 있는 센 연기도 멤버들 모두 어색하지 않게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아이브는 데뷔 프로모션부터 자신감이 남달랐다. 대부분의 신인 그룹들이 성장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지만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멤버들의 조화로 입증됐다. 아이브는 최장신 173cm 원영부터 최단신 165cm 김가을까지 멤버들 6명의 평균 키가 169cm로, 가요계에서 손에 꼽히는 장신 걸그룹. 데뷔 전 티저 혹은 프로필만으로도 ‘비주얼 합이 맞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공개된 이후로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조화로운 보컬 음색, 신인 같지 않게 무대에서 자기 포지션 찾아가는 영리함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유진, 원영 같은 경우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으로 2년 6개월간 활동한 경력직이라는 인상이 장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나, 전혀 뒤처지지 않는 실력과 여유를 가진 멤버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이를 강점으로 만들었다.
아이브의 행보는 가히 놀랍다. 데뷔 7일 만에 MBC 에브리원 ‘쇼! 챔피언’에서 1위를 차지한 뒤로 음악방송 3관왕(17일 기준)을 차지했다. 음원차트도 점령했다. 멜론, 지니 뮤직, 벅스 등 국내 음원 차트에서 발매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톱10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차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빌보드 핫 트렌딩 송즈 차트,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200’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피지컬 앨범이 초동 15만 장 이상을 달성하며 막강한 팬덤도 자랑했다. 이는 역대 걸그룹 앨범 초동 기록 1위이자, 2021년 데뷔한 신인 그룹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지표라 의미가 깊다.
아이브의 독보적인 행보는 계속된다. 많은 강점을 갖추고 출발한 만큼 더욱 가속이 붙을 예정이다. 단숨에 ‘4세대 대표 걸그룹’이 된 아이브는 하나하나 목표를 이뤄갈 일만 남았다.
“데뷔 앨범에 주체적인 아이브만의 당당한 매력을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담은 만큼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지 않았어요. 아이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각인시키는 게 목표죠. 완성형 수식어에 맞게 MZ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아이콘이 되고 싶습니다.”(1일 ‘일레븐’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