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강화 첫날인 지난 18일은 예상했던 대로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등 전국 상가가 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여기에 폭설까지 내리면서 오후부터는 아예 발길이 끊겨 상점 불빛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거리두기 강화 첫날부터 매출이 80% 이상 급감했다며 상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경기도 부천시의 번화가에서 대형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호프집은 보통 오후 5시에 가게를 열고, 6~7시까지는 (다들 아직 저녁 식사를 하느라) 손님이 거의 없다. 9시에 가게 문을 닫으면 8시부터는 시간이 부족해 손님 받기가 어렵고 7시부터 8시까지만 손님을 받을 수 있다"며 “거리두기를 하면 호프집은 사실상 하루에 장사를 딱 1시간 하는 셈이다. 오늘도 1시간 동안 5팀이 들어와서 15만원 어치밖에 팔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이후로 그나마 있던 직원 한 명도 어제까지만 일 하고 당장 오늘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영업 제한이 시작되면 월 매출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줄기 때문에 월급을 줄 여력이 없다”면서 “다음달 2일에 거리두기가 끝나면 다시 부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서 놀고 있다는 그는 “올해 여름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게 한 켠에 펼쳐 놓은 관련 서적들을 내보였다. 그는 “자영업의 시대가 끝난 것 같아서 타개책을 마련하려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도 “영업 마감 시간이 밤 9시로 고정되면 아무래도 거리 자체에 유동 인구가 줄 수밖에 없다”면서 “매달 수 천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가장 심할 때는 한 달에 4~5,000만원씩 팔던 게 거리두기하면서 30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피해는 자영업자들이 떠안고 있다”며 “저희 같은 경우는 원래 이자카야를 운영하다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어 업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부천시청 근처 신규 상가에 2주 전 샐러드 전문점을 오픈한 D씨는 “모임을 할 수 있으면 손님이 삼삼오오 올 텐데 너무 썰렁한 분위기다. 위드코로나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길래 앞으로도 계속 거리두기를 풀어 줄 거라고 생각해서 활기차게 가게를 열었는데 지금은 정말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소위 말하는 ‘오픈빨’도 크게 없고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지인들이 단체로 오기로 약속했던 건들도 다 취소됐다"고 말했다.
부천시청역 근처 카페 사장 D씨도 “마감이 9시면 보통 두 시간 전부터는 손님이 거의 없다. 7시부터 거의 사람이 뜸한데, 저녁 장사를 아예 날려버리니까 매상의 3분의 2가 줄어든다"면서 “코로나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이렇게 운영해왔다. 작년 겨울 홀 영업이 아예 안될 때는 하루 5만원 벌 때도 있었다. 코로나 블루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이런 상황을 정말 벗어날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